[경제를 배웁시다] (확률이야기) '한국/프랑스 이혼율 비교'

비교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매우 일상적이고도 중요한 부분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남의 것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행동을 할 때도 남이 하니까 하기도 하고 남이 하지 않으니까 하기도 한다. 또한 그림 경치 음악 등 비교하기가 쉽지 않은 질적인 것들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음악콩쿠르 미술대회 미스코리아대회 등에서 심사위원들은 주관적인 느낌에 대해 객관적인 비교를 하느라고 고심을 한다. 이에 비해 객관적인 숫자가 포함된 정보나 주장을 비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듯하다. 숫자의 크기만을 비교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가 포함된 정보들을 비교하는데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9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프랑스보다도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수치 상으로는 프랑스가 인구 1천명당 1.9건의 이혼이 발생했고 우리나라는 2.6건이 발생했다. 이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사회분위기가 자유분방한 나라인 프랑스보다도 이혼율이 높다는데 대해 놀라워했다. 매스컴에서도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통적이고 엄격한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숫자를 비교할 때는 비교되는 특성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서로 비슷해야(다른 조건들이 동일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요인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프랑스는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결혼전 동거"가 자연스런 나라다. 먼저 같이 살아보고서 정말 좋아서 계속 살고 싶을 때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식으로 해서 결혼에 이르지는 않는다. 이렇게 결혼 전의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이혼율의 크기만을 갖고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김진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