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말스크린) '레드 바이올린'..바이올린선율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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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진 통일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국보29호). 성덕왕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범종을 주조하려 했던 부왕 경덕왕의 뜻을 받들어 혜공왕이 재위 7년(771년) 완성한 이 종은 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땅을 깨우고 하늘을 부르는 천상의 울림을 위해 세속에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를 시주받아 끓는 쇳물에 넣었다는 것이다. 6일 개봉되는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주인공 "레드 바이올린"도 동양적 색채 가득한 전설을 품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의 "영혼"을 담아 만든 17세기의 붉은빛 바이올린. 영화는 이 명기의 탄생비밀과 3세기에 걸친 곡절많은 유전을 뒤따르며 사랑의 옷으로 감싸인 불멸의 예술혼을 노래한다. 99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경매장 모습을 슬쩍 비춘 카메라의 시선은 곧바로 17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바이올린 장인 니콜로 부조티(카를로 세키)의 작업실 안으로 침잠한다. 부조티는 아름다운 아내 안나(아이렌 그라지올리)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최고의 바이올린을 준비하고 있다. 안나는 자신과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 카드점을 보지만 불길한 얘기만 듣는다. 예언은 맞아 떨어진다. 안나는 산고끝에 죽고 부조티는 탄식에 젖어 바이올린을 완성한다. 18세기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수도원. 연약한 소년 캐스퍼(크리스토프 콩즈)의 짧은 생을 함께 한 레드 바이올린은19세기 영국 집시의 손을 거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포프(제이슨 플레밍)의 차지가 된다. 레드 바이올린은 섹스를 하며 바이올린을 켜는 포프에게 사랑받지만 포프의 외도를 본 아내(그레타 스카키)에 의해 총상을 입는다. 중국에까지 흘러들어와 신여성 샹 페이(실비아 창)와 함께 하게 된 레드바이올린은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불태워질 운명에 놓인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잿속에 사라지지 않고 바다건너 몬트리올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카드점에 나타난 안나 자신, 즉 레드 바이올린의 3세기에 걸친 여정과 레드 바이올린이 진품인지를 가리는 감정가 모리츠(사무엘 L 잭슨)의 노력을 두 축으로 전개된다. 현재시점의 장면과 과거장면(플래시 백)을 절묘히 평행편집, 산만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탄탄히 매듭짓고 풀어냈다. 레드 바이올린이 거치는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의 개성도 충분히 살려 단조로움을 비켜 갔다. 그 중심엔 예술로 승화된 불멸의 사랑이 관통하고 레드 바이올린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정점을 이룬다. 음악은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의 하나. 90~91년 "심포니 1번" 오페라 "베르사이유의 유령"으로 주목받은 존 코리질리아노가 사운드트랙을 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담았다. 캐나다 출신 프랑소아 지라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