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용 한의원장이 쓰는 '헬스레터'] 마음으로 병을 고쳐라

예전의 신성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 병이 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의사는 병만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른다. 이것을 동의보감은 "근원을 버리고 끝을 쫓는 것 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질타하고 있다. 역시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치료의 근본이다. 흔들림 없는 평정을 이루도록 하는 게 건강과 무병장수의 요점이라 할 것이다. 보고 듣는 일에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예로 돌아가게 해 오래 지속하면 성실해지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물을 판단하는 지적능력이 어지럽혀지고방향을 잃게 된다. 바른 판단력을 상실하게 돼 마음이 불안해 지고 질병을 얻게 된다. 심하면 단명을 면키 어렵다. 마음의 고요함, 이를 "청정"이라고 한다. 모자란 것 같지만 쓰임새가 끝없을 정도로 크게 이룬 것이 청정이다. 빈 것 같지만 가득 찬 것이요, 서툰 것 같지만 대단히 오묘한 상태다. 그저 맑고 고요한 것이 청정인 듯 싶지만 맑음 속에 수많은 것을 내포하고있으며 고요함 속에 꿈틀거림을 포용하고 있는게 청정이다. 멈춰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 한가운데서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기운차게 약동하는 기상이 곧 청정이라 할 것이다. 대나무 그림자는 먼지를 일지 않게 하면서 섬돌을 쓸어낸다. 연못 속의 달 그림자는 파문을 만들지 않지만 연못 깊숙이 파묻힌다. 이렇게 청정한 마음과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동의보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병을 고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환자에게 마음 속의 의심부터없애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태평해지고 성질이 화평해져 세상만사가 공허해진다. 이를 깨달으면 마음이 청정해진다. 병이 생기지 않으며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저절로 낫는다" 실제로 마음을 먼저 다스리지 않은채 병만을 고치려고 하면 설령 병이 일시적으로 낫는다 해도 마음의 불안 때문에 병이 다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동의보감이 강조하는 이같은 건강비결은 한마디로 "초탈의 사유"라고 할 수있다. 이런 사유를 통해서만 이슬 같은 육신을 위대한 영혼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마음 속에 무엇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하나라도 털어 내는 것, 생명을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야 말로 명쾌한 건강비결이다. 옛말에 병으로 몸이 상한 것은 고칠 수 있지만 약으로 몸을 상하면 오히려치료하기 힘들다고 했다. 약으로 병을 고치려 하기에 앞서 마음으로 병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약력 : 경희대 한의대를 수석졸업했고 가업을 이어 5대째 한의사로진료(해성한의원 원장)하고 있다. 비뇨기과질환 남성의학 등 신계내과학에 정통하다. 의료봉사단체 "동의난달" 이사장도 맡고 있다. 문화방송의 "라디오 동의보감"에 출연중이다. 저서로는 "알기쉬운 동의민간요법" "선생님 이럴 때 우리가족 무얼 먹을까요" 등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