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포장마차'
입력
수정
포장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겨울 바람에 주인은 앙상하게 메마른 잔기침을 콜록이고, 그 얼굴에서 묻어 나오는 슬픈 삶의 찌꺼기가 소줏잔 사이사이로 넘쳐 흐른다. 어어, 추워. 두 손을 부벼대는 단골 손님들 앞에 찌들은 삶이 웬수같다고 쏟아붓는 푸념어린 한숨도 얼어붙는 겨울밤, 카바이트 불빛 가물대는 그림자 아래 술잔 부딪치며 겨울바람도 얼어붙어 잠잠해진다. * 박혜숙(1953~) 시집 "게으름을 파는 가게"에서----------------------------------------------------------------------- 머지않아 거리나 골목에서 자주 보게 될 풍경이다. 잔기침을 하며 소주병을 나르는 주인, 연기를 피해가며 꽁치를 굽는 그의 배부른 아내, 손을 부비며 소주에 가락국수물을 마시는 손님들. 주인에게는 IMF사태로 거리로 나앉은 아픈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 손님은 손님 나름의 시름이며 한 같은 것을 가지고 있겠지. 얼어붙은 한숨과 초겨울 매운 바람을 녹이는 따뜻한 가락국수 국물같은 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