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원화 급등 방관해선 안된다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화 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주말엔 달러당 1천1백86원70전을 기록, 10월말 대비 달러당 14원 가까운상승세를 기록했다. 대우 사태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가 해소되면서 누적돼왔던 원화강세 요인이 일시에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등 관련당국의 분석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10월 한달만도 5억6천만달러에 이르고 10월까지의 무역흑자가 1백93억달러에 달하는 외에도 외환보유고가 6백32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각종 요인들이 모두 원화 값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원화 가격이 오르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나라 경제의 총괄적인 성적표가 통화의 강세로 나타난다면 최근의 원화강세는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는데서 그 자체로는 좋은 신호임이 분명하다. 지난주 래리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의 의회 증언대로 한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데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리기위한 실사에 착수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신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화강세는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그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환율에 대한 외환당국의 영향력이 매우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적잖이 우려할 일이다. 한은 자체 분석에서도 드러났듯이 통화정책의 효과가 대부분 외화 유출입에 의해 상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단기환율 움직임에 영향력이 큰 주식투자 자금의 유출입은 그 흐름이 매우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변동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환율 변동을 제어할 수단이 매우 제한적인 가운데 원화 가격이 전적으로 외국자본의 단기유출입에 휘둘리게 된다면 이는 우리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썩 바람직한 조건이 아니다. 또 최근의 원화 값 상승에는 환투기 세력들도 일부 가세해 있다는 것이고 보면 대우사태를 한고비 넘긴 당국으로서는 이제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하겠다. 특히 본격적인 활황기에 접어든 수출경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환율 안정은 필수적이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전통적인 수단이라면 금리를 내리고 원화를 방출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는 인플레 유발적이라는 점에서 부작용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외환당국은 엔화등 경쟁국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불요불급한 외자유입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다익선식으로 운영되어온 기존의 외자유치 정책이나 부채비율 2백% 정책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등 환율 관리에 총력을기울여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