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비극 그린 '산불' 오페라로 .. 국립오페라단 11~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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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극한대립 속에서 희생되는 민초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차범석의 희곡"산불"이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11-14일(평일 오후7시30분, 주말 오후4시) 국립중앙극장대극장에서 창작오페라 "산불"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와 뛰어난 사실주의적 필치로 유명하다. 연극 영화는 물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금세기가 지나기 전에 오페라로 선을 보여 위안을 준다. 특히 새천년을 앞두고 민족적 비극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의미있는 자리가될 것으로 보인다. 산불의 무대는 한국전쟁 당시 소백산맥의 조그마한 한 산촌.국군과 빨치산의틈바구니에서 마을주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쪽에 모두 협력한다. 이때 빨치산에 끌려갔다 탈출한 청년 귀복은 과부 점례의 도움으로 마을 뒷산 대밭에 은둔하게 된다. 운명의 손짓에 인생을 내맡길 수 밖에 없는 이 두 남녀는 곧 사랑에 빠진다. 여기에 점례의 친구인 과부 사월이 끼어 미묘한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국군은 빨치산 토벌을 위해 마을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대밭에 불을 지르고 극은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산불의 대본은 원작자인 차범석(문화예술진흥원장)이 쓰고 작곡은 정회갑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정 명예교수는 "원작에 없는 간주곡 부분에서는 시골 장터장면을 넣었고 품바타령 엿타령 등으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녹아들게 작곡했다"고설명했다. 총 5막7장으로 박은성 지휘, 박수길 연출작이다. 점례역에는 소프라노 정은숙 박경신, 귀복은 테너 임정근 이현, 사월은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장현주가 맡는다. 코리아심포니가 연주하고 국립합창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이 참여한다. (02)2274-1172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