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21세기 문화 경쟁력 .. 전하진 <사장>

전하진 지난 10여년간 우리사회 화두 중의 하나가 "기술개발"이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학도로서, 기술자로서 자신의 미래 인생을 개척했다. 그 결과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만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술의 상당부분은 국산화하여 수입대체효과를 올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분야만 보더라도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해 이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미니컴퓨터나 대형컴퓨터 등에 도전하는 용감성을 보였다. 이러한 기술개발이 얼마나 무모한지 참여한 개발자들은 실감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지구를 거미줄처럼 엮어낸 네트워크와 거대한 지적보고인 "인터넷"을 곁에 두고 생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고, 그 발전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산화하여 수입대체하는 기술만으로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 기술력으로는 경쟁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될 "기술개발"은 바로 세계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금을 투자해도 별 성과가 없다. 세계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남이 개발하지 않은 것, 뭔가 독특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 즉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된다. 또 설사 개발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남보다 적어도 6개월내지 1년은 앞서야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문화는 바로 남들이 전혀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또는 세계인과 호흡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기법을 개발하여 마케팅을 한다면 이 보다 더 좋은 경쟁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얼마전 "명성황후"를 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문화를 이용, 세계적 뮤지컬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좋은 사례다. 태권도가 그렇고 우리의 음식이 그렇다. 태권도의 경우는 이미 세계적 스포츠가 되지 않았는가. 인류 역사상 학자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상용화한 언어가 한글밖에 없다는 사실에서만 보더라도 우리는 우리 문화속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세계인들이 감동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기법을 동원해서 전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