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천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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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1933~1997) 시집 "천년의 바람" 에서----------------------------------------------------------------------- "산수도"에서 신석정이 "푸른 산 푸른 산이 천년만 가리" 했듯 이 시인은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 흔드는 바람을 보면서 천년 전에도 그랬다고생각한다. 자연은 유구한데 이까짓 짧은 인생살이에서 왜 사람들은 아웅다웅 하는가 라는 메시지가 시에 담겨 있다. 자칫 교훈으로 떨어질 소재를 그렇게 되지 않게 한 것은, 가령 바람이 와서 나무를 흔드는 것을 간지럼을 주고 있다고 파악한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 탓이리라.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