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사회적 덤핑' 논쟁

독일의 대형 운송업체 빌리 베츠는 사업규모에서뿐 아니라 신경영 기술도입에 있어서도 유럽내 대표 기업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이 모범기업이 최근 프랑스 화물운송업체연합(FNTR)으로부터 사회적 덤핑(Social Dumping) 혐의로 공격을 받고 있다. 인건비가 싼 불가리아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빌리 베츠는 지난 94년 불가리아 국영 운송업체를 인수했다. 당시 불가리아 정부는 4천명의 운전기사를 모두 고용해야 한다는 인수조건을제시했다. 빌리 베츠는 독일인 임금의 3분의1에 해당하는 8백달러의 월급을 지불키로 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장거리 노선에는 차량당 2명의 기사를 투입했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위해 교대운전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근로조건 개선이란 측면에서 사내 노조로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다. 빌리 베츠는 전 운송망을 관리하는 리얼타임 종합 정보화 시스템도 구축하고있다. 독일 본사는 인공위성을 통한 정보 시스템으로 유럽 전역을 누비는 8천여 트럭과 언제라도 교신이 가능하다. 게다가 교대 운전을 실시하니 서비스는 타 업체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다. 결국 빌리 베츠의 프랑스 시장 진출에 불안을 느낀 프랑스 운송업체 조합은 이 회사가 사회적 덤핑으로 불공정 가격경쟁을 한다고 비난하고 일어섰다. 그러나 빌리 베츠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한다. 불가리아인 운전기사의 임금은 불가리아 교통부 장관의 월급보다 많은데 무슨 사회적 덤핑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운송업체들의 반발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입장 발표를 삼가던 프랑스 당국도국내업체의 불만이 고조되자 태도를 바꿨다. 최근 게소 교통부 장관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EU집행위도 이 문제를 심사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역내 임금법에 따르면 법인 소재지 현지 임금을 적용토록 돼있다. 그러나 불가리아는 EU회원국이 아니라 법기준이 없다. 또 빌리 베츠 불가리아 법인은 현지 평균수준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이를 사회적 덤핑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운송업체조합의 이기적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도 적지않아과연 EU집행위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