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플라자] 인터넷이 음반시장 바꾼다

음반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진원지는 인터넷분야다. 음반업체들은 지금까지 신곡이 나오면 방송사와 유통매장으로 달려갔다. 판매경로도 매장에서 테이프와 CD를 파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음악유통 시장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음반업체와 정보통신업체 사이에 합종연횡이 줄을 잇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 선진국에선 이런 조짐이 나타났었다. 유니버셜 EMI 등 세계적인 메이저 음반사들은 이미 인터넷 업체와 손을 잡았다. 음반과 정보통신의 "산업간 수렴"은 글로벌 트렌드인 셈이다. 인터넷 음반이 시장판도를 바꾼다 =음반시장은 음반기획사와 음반사가 주물러왔다. 가수를 두며 노래를 만드는 음반기획사는 1백70여개, 이들에게 돈을 대주면서 음반을 제작해 유통하는 음반사는 20여개다. 연간 4천억원(길거리 블랙마켓은 제외)에 이르는 음반시장에 정보통신업계가 진군을 시작한 건 지난해초. PC통신을 통해 10여개 IP(정보제공)사업자들이 MP3파일 판매를 시작했다. 음반업계는 음원을 빌려준 댓가만 받고 온라인 음반시장에는 직진출하지 않았다. 이 시장은 1년여만에 시들었다. 음반업계가 지난 6월말 음원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댓가가 적다고 본데다 정보통신 업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음반업계는 그러나 온라인 음반판매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겨 이 시장에 뛰어드는 공격경영으로 선회한 것도 그래서다. 합종연횡이 한창 =정보통신업체를 인수하는 음반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음반업계와 정보통신업계간 제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신호탄은 한국 최대 음반사인 도레미레코드가 쏘아올렸다. 인터넷 업체인 나눔기술과 제휴, 인터넷음악유통을 설립하고 렛츠뮤직 사이트를 통해 최근 MP3파일 유료판매를 시작했다. 음반사인 대영AV는 인터넷 업체 미디어랩을 인수, 유료판매를 개시했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와 건잠머리컴퓨터가 설립한 인터넷뮤직은 예당음향캔미디어 등이 보유한 곡을 오는 15일부터 인터넷 음반으로 판매한다. 엘리엔터테인먼트 지오인터랙티브 웅진미디어큐브라인 아이팝콘코리아 등 4개 음반사 및 인터넷업체들도 최근 제휴를 맺고 내년 1월 정식으로 인터넷 뮤직백화점을 연다. 크림레코드는 리퀴드오디오코리아와 손잡고 이 시장에 직진출했다. 시장 전망 =지난 90년대초 대자본을 무기로 음반시장에 달려든 현대 삼성LG 제일제당 등은 모두 사업을 접었다. "형님 아우하듯 끈끈한 신뢰로 엮어진 관계를 뚫지 못한 겁니다"(대영AV 임경민 기획실장)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장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인터넷 음반시장이 CD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실제로 가장 앞선 렛츠뮤직도 2만7천여곡(중복포함) 판매에 그치고 있다. 왜 그럴까. PC통신에선 곡당 3백원 가량하던 가격이 9백원으로 올랐다. 가격저항이 만만치 않다. 불법복제도 걸림돌이다. MP3플레이어의 가격이 20만~30만원대로 높은 것도 시장확대의 걸림돌이다. 인터넷뮤직의 정영우 이사는 "내수시장에 깔린 MP3플레이어는 2만여대에 불과하다"(인터넷뮤직 정용우 이사)고 말했다. 당분간은 이벤트 경쟁 =당분간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이벤트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인터넷뮤직은 MP3플레이어를 공짜로 공급하는 방안까지 구상중이다. 렛츠뮤직에서는 이달중 BMW 승용차를 제공하는 경품행사를 연다. 그러나 승부는 음원 쟁탈전에서 날 공산이 크다. 업체마다 같은 가수의 곡을 보유했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1집과 2집의 소유권을 따로 가진데 따른 것. 찢어갈 만큼 음원 소유가 최대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도레미레코드가 음반시장의 1위로 등극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80년대 후반 신세대가수들의 등장이라는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게 주효했다. 21세기 음반시장의 패권은 디지털 혁명에 가장 잘 대응하는 기업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