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위적 '자금/외환시장 개입' 부작용] '불안한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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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환율의 "적정수준"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리를 한자릿수로 억제하거나 원화절상을 막으려는 정부정책이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4월 선물거래소 개설로 금리선물과 환율선물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은 선물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을 약화시켜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금리의 경우 금융당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채권시장안정기금이 한자릿수 금리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20조원으로 출범한 채권시장안정기금은 12일 총회를 열고 출자한도를 10조원 추가했다. 기금 관계자는 "규약에 있는 출자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출자금액을 30조원으로 늘렸다"며 "필요시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금융기관들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지난 9월말 출범한 이후 연 10%가 넘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대우사태와 투신권 수익증권의 환매사태 발생가능성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보였던 금융시장은 기금 덕분에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리 선물시장은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선물을 거래했던 투자자들이 정부의 개입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기금이 출범할 당시 국고채선물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정부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시장흐름이 일시에 바뀌어 일부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리를 한자릿수로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정책이 지속될 경우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매매공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과 내릴 것으로내다보는 투자자들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뤄야만 거래가 활발해진다"며 "정부가 매수세력을 형성해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기능이 약화될 수 밖에없다"고 비판했다. 환율의 경우 "지나치게 빠른 원화절상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선 금융당국의개입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달러를 매입, 원화절상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만 10억~15억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은행은 이번주 들어서도 달러를 계속 매입했다. 11일과 12일에도 각각 3억~4억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시장에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무역흑자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원화가치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흐름에 거스르는 정부의 개입은 시장참가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전문 투기꾼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12일에는 국제핫머니가 주로 활동하는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한국정부의 시장개입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투기세력이 달러화를 매도하고 원화를 사들이는 선물거래를 1억달러이상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없진 않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무역흑자 기조가 겨우 정착돼 가고 있는상황에서 원화가치가 급격히 오를 경우 수출업체들이 타격받을 것을 정부가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을 포함한 거시경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을 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시장의방향에 거꾸로 갈 경우 또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