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가입...중국시장 업종별 점검] (2) '금융산업'

중국의 금융전문 일간지 진룽스바오는 17일 세계무역기구(WTO)를 "이리"로 표현했다. WTO가 중국 금융체계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이리는 호랑이를 보면 꼬리를 뺀다"며 "지금은 중국금융이 호랑이로 바뀌어 이리와 대적해야 할 때"라고 결론을 맺었다. WTO가입에 대한 중국 금융계의 우려와 기대를 보여준 기사였다. 중국 금융계가 WTO를 "버거운 상대"로 보고 있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금융산업은 중국의 여러 산업중 가장 취약한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금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국제자금과의 유통 경험이 거의 없다. 농업 공상 중국 건설은행 등 4대 상업은행은 자산의 20%가 넘는 부실채권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보험분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WTO가입으로 외국의 금융기관과 투기자금이 밀려올 경우 금융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은행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진출 외국 은행과 중국계 은행간 대등한 경쟁관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중인 외국계 은행 지점(사무소 포함)수는 1백55개. 자산 총액은 3백13억6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영업 내용과 지역적으로 큰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선전과 상하이를 제외하고는 인민폐 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중국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기업대상으로는 가입후 2년후, 소비자대상으로 5년후 조건으로 외국은행의 인민폐 업무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외국계 은행들도 중국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출과 예금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은행으로는 한빛은행과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이 조기에 런민삐 영업권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WTO가입을 위한 사전 조치로 외국 금융기관 설립의 지역 제한을 풀기도 했다. 수 십년간 관치금융에 젖어있던 중국 주요 상업은행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보험업계는 더 큰 변혁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지난 4월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 올해 4개 외국보험사의 진출을 추가 허용한 상태다. 또 외국 보험사 설립의 지역제한을 가입후 5년내 폐지하는 한편 영업범위를 그룹보험 의료보험 연금보험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은 특히 이번 협상과정에서 외국투자자의 중국 보험사 지분투자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보험사들이 노리는 시장은 동부연안 도시들이다. 이 지역은 경제발전과 함께 손해보험 화재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중국 전체 보험시장 규모는 1천2백47억위안(1위안=1백40원)으로 지난 80년이후 연평균 40%씩 성장해 왔다. 현재 13개의 외국 합작보험사들이 중국에서 영업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화재가 영업 허가권을 신청, 보험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외국 보험사가 난립할 경우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중국 보험업체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직 보험시장이 틀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금융시장을 열기로 한 것은 이를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에서다. 금융기관간 경쟁분위기를 조성해 국내업체들을 "호랑이"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외부의 힘을 빌려 지지부진한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진행된 중국 금융개혁은 제도정비에 그쳤다. 향후 금융개혁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의 질적 향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행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67%에 달하는 예금(약 5조3천억위안)이 이들의 무기다. 교통은행 민생은행 등 정부의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영은행들은 고유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외국계 은행과의 제휴를 탈출구를 모색할 수도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중국 금융기관들은 체질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금융업계는 WTO가입으로 국내외 업체간 불꽃튀기는 경쟁을 해야하는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