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NEC/히타치 반도체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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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NEC와 히타치가 메모리 반도체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한 것은 두가지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는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식이라는 점이다. 둘다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번 통합결정은 거대기업이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워진 반도체산업 변화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규모가 엄청나게 커짐에 따라 반도체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이상인 대기업이 아니면 투자위험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통합법인이 거액을 추가로 투자해 현재 15%선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오는 2002년까지는 25%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때문이다. 이로써 세계반도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현대전자와 삼성전자 그리고 통합법인과 미국의 마이크론사 등 이른바 "빅4"가 주도하는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중심의 과당경쟁이 줄어드는 대신 기술개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므로 우리기업들도 기술력이 강한 외국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통합은 한때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주름잡았다가 지금은 미국과 한국에 주도권을 뺏긴 일본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일본측의 반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부문별 제휴 또는 협력대신 일본기업들로서는 처음으로 개발 생산 판매 등 모든 부문을 합쳐 별도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통합결정은 평가할만 하다. 투자규모와 시기선택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부문의 특성상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본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은 외형을 줄이고 불량채권을 처리하는 단계를 거쳐 지금은 정보통신과 석유 철강 자동차 금융 등 5대 부문에서 일본기업간 또는 외국기업과의 통합작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업종간 제휴도 급증하고 있다. 더나아가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환경 에너지 등 유망분야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기업구조조정이 당면과제인 우리로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