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밥그릇 챙기기' 바쁜 개혁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정치자금법등 정치개혁입법들의 개정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무책임한 폭로와 비난등 여야간 극한대립으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정국에 비하면 무척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정치개혁협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야가 이처럼 "죽이 맞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개특위는 24일 현역의원이 의원신분을 유지한 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던 전날 합의를 슬그머니 뒤집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7일에도 합의했다가 여론의 비난으로 유보했던 조항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자신이 속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전 1백80일 이내(타 지역구는 60일 이내)에 사퇴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고수키로했다. 잠재적 경쟁대상인 단체장들의 국회의원 출마에는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다 또 후보난립을 막겠다며 선거 기탁금을 현행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렸다. 사실상 돈없는 정치신인을 겨냥한 "진입장벽"이다. 사사건건 극한대립을 불사하고 있는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 아니다. 여야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구조조정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현재 2백99명인 의석수를 2백70명선으로 줄이기로 각각 당론을 정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공천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자 최근들어 의원수 축소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나 초선.중진을 막론하고 모두가 의원수 축소 논의를 재검토하자고 아우성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 조달.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했던정치자금법 개정안도 여야간 협상에서 대부분 백지화됐다. 선관위는 자금의 조달과 사용이 투명해도록 정치자금을 정부에 신고한 예금계좌만으로 운용하자는 개정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1백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할때는 수표사용을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거절당했다. 선거구제나 정당명부제등 쟁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도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한통속인 형국이다. 법을 세우거나 뜯어 고치는 일은 국회의원 고유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 제정이나 개정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벌써부터 의원들이 "자기잇속 챙기기"에 나섰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난에 한번쯤 유념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