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음주율

술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사회학자 11명이 쓴 "술의 사회학"에 따르면 술은 "일상의 벽을 넘어 또다른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매개체"이며 술자리는 "타인과의 교류와 합일을 가능케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이책은 그러나 우리사회의 경우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술로 엮음으로써 주본주의사회 내지 알코올부족체의 성격을 띤다고 꼬집는다. 국내 술시장 규모가 연간 5조원을 넘는데서 드러나듯 우리의 음주는 실제 너무 과다한 경향이 있다. 학년초만 되면 폭음으로 사망하는 대학생이 나오고 취중실언때문에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는가 하면 음주운전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수없는데도 폭탄주와 2.3차 버릇은 사라질 줄 모른다. 남자의 83%, 여자의 55%가 술을 마신다는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결과는 우리사회의 알코올의존도를 잘 나타낸다. 성인남성 4명중 1명이 알콜 남용내지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병원분석도 마찬가지다. 성인음주율이 이처럼 높은 건 "술의 사회학"에서 지적한 대로 술자리 참여여부가 일의 성패를 좌우하거나 내편 네편을 가르는 탓이다. 서로 못믿는 긴장된 사회구조가 낳은 집단적 주취와 권주 풍토, 취중행동에 대한 관대함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여성음주율의 증가는 혼자 술마시는 주부가 많아져서라고 하거니와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소외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한 주부들의 홀짝거림은 습관성이 되기 쉽다. 그러나 술에는 장사 없다. "술권하는 사회"라며 취해 살던 빙허 현진건은 결국 과음에서 비롯된 장결핵으로 마흔셋에 타계했다. 두주불사라던 수주 변영로도 생선가시때문에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다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서양화가 하인두는 암판정을 받아 술을 끊고선 "좀더 일찍 금주했으면 보다 좋은 작품을 남겼을텐데"라며 아쉬워 하다 갔다. 연암 박지원이 일찍이 말한대로 "금주한다고 반드시 자신이 지켜지랴"만은남녀 모두 자신의 건강과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제발 폭음만은 삼갔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