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배웁시다] (일과 삶) '치매 노모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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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모를 모시고 있는 직장인 K씨는 요즘 노모에 대한 아내의 불편한 심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노모는 고령인데다 약간의 치매기운이 있다. 보행은 가능하지만 하루종일 집에만 머문다. 며느리 입장에선 수발도 수발이지만 정신적 부담감 때문에 답답함이 더하다. 노모는 한 말을 되풀이하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 일이 잦다. 병원을 모시고 가봐도 그저 노환 때문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K씨는 직장 일로 바빠서 노모를 아내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 시부모를 제대로 모신다는건 누구에게든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적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식사는 물론 옷을 갈아입히거나 목욕 외출 등에 일일이 신경쓰다 보면 자기생활에 대한 회의나 불만이 싹틀 수도 있다. 이럴 땐 아내에게 고령의 시모를 객관적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건망증으로 인해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전형적인 치매 초기증상이다. 속상해하기 보다는 병적 증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령일지라도 질병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친구나 취미가 없는 노인은 더욱 외로움을 탄다. 그 외로움은 퇴행심리를 부추기게 된다. 투정을 부리고 싶은 심리에 빠지기도 한다. K씨의 노모는 몸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아도 불편을 호소하고 자신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키는 경우다. 자신의 의존적 욕구와 병약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려는 행동이다. 노인이라도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하루중 외출과 목욕시간을 정하고 병원가는 날을 잡아 스케줄대로 움직이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아내 역시 자신만의 시간을 할애해 휴식이나 자유시간을 갖도록 한다. 자녀를 돌보고 시모를 모시느라 온종일을 시달리다 보면 오래지 않아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K씨는 남편 입장에서 병약한 시모를 모시고 사는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하는자세도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시모를 잘 모시라고 아내에게 요구하는 것 보다는 시모의 상태를 이해시키고 아내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아내의 불만도 가라앉고 시모도 차츰 안정을 되찾게 된다. 신승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