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수출드라이브 정신 되살릴 때

지금 세계의 이목은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열리는 미국 시애틀에 집중돼 있다. 이번 회의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교역 질서를 규율하게 될 뉴라운드협상의 방향과 의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각국의 이해가 달라지고, 국내경제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각료회의가 개막된 30일은 공교롭게도 우리가 36번째로 맞는 무역의 날이었다. 비록 기념행사는 하루 늦춰 1일 열리지만 이번 무역의 날은 예년과 다른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수 있을 것같다. 20세기 마지막 무역의 날이라는 시간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뉴라운드협상 개시라는 객관적 사실에서 알수 있듯이 앞으로의 세계교역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출의지를 재다짐하고, 전략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경제는 부존자원이 없는데다 시장이 협소해 대외의존적인 성장전략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통용돼 왔다. 물론 경제활동의 국경이 없어진 지금의 세계화 시대에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에 불과하지만 성장의 원동력을 수출증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우리 경제의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경없는 무한경쟁이 가열되는 추세고, 자국이익 보호를 위한 세계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볼때 그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금년 무역의 날에는 그같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과거의 수출드라이브 정신을 되살린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짐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각오만으로 수출이 늘어날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효과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수출확대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또 최근들어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출단가의 하락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수출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물량확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강조하고 싶다. 현재 진행중인 기업구조조정이 보다 철저히 이행돼야할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수출경쟁력은 결코 기업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할 첫번째 과제는 적극적인 통상외교를 통해 수출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정한 원화가치의 유지, 즉 환율안정이다. 최근들어 일본 엔화강세는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원화강세 현상의 지속은 수출애로 요인이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적정수준의 환율안정에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