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일본 경기 본격회복 위해선...

로버트 먼델 일본경제가 활력을 완전히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올들어 일본경제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플러스성장률을 기록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를 "일본경제가 건실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근의 성장세는 일본정부의 막대한 재정투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대외 변수들도 일본경제에 그다지 우호적이진 않다. 특히 엔고가 문제다. 엔화가치는 최근 달러당 1백엔에 육박하면서 일본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엔고는 일본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다. 작년 여름만 해도 달러당 1백4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현재 1백2엔 안팎까지 떨어져 있다. 엔고는 그만큼 급격했다. 얼마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경제가 2001년까지는 상승궤도에 올라서기 어렵고 디플레압력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록 일본경제가 바닥권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성장세가 더 강해질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이었다. 일본정부는 경제를 본격적인 회복궤도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환율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엔화를 미국 달러화에 연동(고정)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엔화가치는 일정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환율이 안정되면 경기회복을 위한 일본정부의 거시정책 운용폭이 넓어지고 정책효과도 훨씬 커진다. 엔화가치를 달러화에 연동하면 일본은 특히 통화정책 운용에서 큰 득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이 그대로 일본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일본경기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약간의 인플레가 일본경제에도 그대로 반영돼 일본경제가 80년대 후반 버블붕괴로 시작된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상황에서 벗어나면 현재 제로수준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일본금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엔화를 달러화에 연동시킬 때 일본정부가 얻게 될 또 하나의 이점은 엔화의 안정(엔고 저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할 여러가지의 부정적인 제약과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정부의 정책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정책의 활용도도 그만큼 넓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통화 연동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간의 긴밀한 협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특히 물가정책에서 양국 통화당국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 우선 FRB와 일본은행은 서로 동일한 재화와 용역을 기준으로 물가지수를 산정해야 한다. 그래야 엔화와 달러화의 실질 구매력을 환율에 반영할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환율고정에 따른 통화왜곡을 최소화할 수 가 있다. 양국 정부가 연간 물가상승률 억제목표치를 2%로 잡았다고 가정하자. 이때 양국 통화당국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통화정책에 우선 동의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가 하나로 수렴돼 두나라 사이의 금리차가 없어진다. 그 결과 금리차를 이용해 자본이득을 얻으려는 국제 투기자금의 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환율이 일정수준에서 안정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 통화연동제는 양국이 반드시 단일통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두나라의 통화를 강력하게 고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일본 통화당국은 정책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기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투명한 정책을 펴야 한다. 엔.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이 시장에서 결정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지만 아무리 오래 걸려도 몇년안에는 적정 환율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환율변동폭을 허용할 필요는 없다. 변동허용 범위를 정한후 점진적으로 이 범위를 줄여나가겠다는 발상은 결코 좋은 방안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실질적인 통화동맹을 의미하는 엔.달러 연동은 양국의 정책적 딜레마도 풀수 있다. 이 조치는 일본측에 더 이익이다. 눈앞에 다가온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환율안정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즉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11월말 금값을 기준으로 각국의 통화가치를 향후 2개월동안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은 신뢰도에 치명적이다. 금은 21세기에 주요 결제수단이 될 것이다. 특히 달러나 유로화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를 원하는 국가들에 금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이 결제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금 매매에부과하고 있는 세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 거래비용이 없어야 결제수단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