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산방'

보슬비 그윽히 내리는 어두운 밤 램프불 한 줄기 나직히 비쳐 나간 좁은 뜰 위에 어린 벚나무 가지에 남은 잎새 하나 조록이 젖어 빛나는 것 보인다. 김달진(1907~1989) 시집 "청시" 에서------------------------------------------------------------------------ 깊은 산속, 전기도 없는 방에는 램프불이 매달려 있다. 밖에는 눈 대신 보슬비가 내리고 램프불빛이 비쳐 나간 좁은 뜰에는 몇 그루 벗은 나무들, 문득 보니 그 사이에 어린 벚나무가 서 있는데 유독 그 나무에만 잎새 하나가 남아서 번들번들 물기에 빛나고 있다. 이제 봄이 오면 저 가지에 물이 오르고 싹이 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겠지. 아런 대목쯤 첨가해서 읽는 것도 시를 재미있게 읽는 한 방법이리라.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