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 '민관 시각차' .. 정부 "경기침체 탓...일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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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소득이 양극화되는 등 악화된 소득분배구조를 놓고 정부와 학자들이 상반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8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최근의 소득분배구조 악화는 과거의 급격한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우선 재경부는 소득불평등도(GINI 계수)가 97년 0.283에서 98년 0.316으로심화된 뒤 올해 2.4분기 0.311, 3.4분기 0.310 등으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만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0.344, 95년 기준)보다 소득분배 상황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또 97년에 68.5%였던 중산층은 올들어 9월까지 평균 64.7%로 줄어드는데 그쳤고 중산층 소득의 비중도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각종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면 곧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장하원 박사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외환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보다는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 악화 정도가 심하지 않다"며 정부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전문가들은 빈익빈 부익부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이로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통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명대 류정순 박사는 "월소득이 최저생계비(23만4천원) 이하인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6년 15.6%, 97년 14.4%, 98년 17.2%, 99년 18.8%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99년의 빈곤율이 외환위기가 심화됐던 98년보다 오히려 높아져 소득분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중산층이 날로 몰락해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 간사는 "가처분소득이 줄고 삶의 질이 악화되는 등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외환위기 이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재경부가 제시한 소득분배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재경부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상용근로자처럼 고용 및 의료보험,퇴직금, 전세자금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허선 순천향대 교수는 "2000년도 예산책정 과정에서 생활보호대상자수를 대폭 줄이고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축소하는 등 기본적으로 정부가 소득분배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원래 복지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 1조9천4백억원보다 16% 증액된 2조2천6백원을 요구하였으나 기획예산처에서는 오히려 올해보다 9%가줄어든 1조7천7백원으로 축소 조정했다"면서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그제서야 올해보다 4.1% 축소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정부의 무소신을 꼬집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