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사이버무역 전문가를 양성하자 .. 조동성 <교수>

조동성 올해 한국은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총수출이 1천6백80억 달러, 총수입은 1천3백86억 달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무역 총액은 3천억달러를 넘는 셈이다. 세계 7위권에 해당한다. 이것만 보면 한국은 무역업에 관한 한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전세계 고객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무역업계가 전통적인 통신수단과 거래방식에만 의존한다면 전망을 밝게 보기 어렵다. 약 10년을 주기로 무역업에는 통신수단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한다. 1970년대만 해도 텔렉스를 빼고는 무역업무가 이뤄질 수 없었다. 그러다가 80년대에는 팩스가 실용화됐다. 90년대엔 E메일이 등장했다. 새 천년을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동시간통신서비스(IMS) 통합통신서비스(AMS) 등 종합적 통신네트워크 서비스는 인터넷 기술의 향상과 함께 무역업을환골탈태시킬 것이다. 종합적 통신방식이 무역업에 미치는 변화 중 핵심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가실질적인 단일시장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통신수단에 관계없이 동시간에 다자간 거래가 가능해지는 사이버 무역세계가열림에 따라 전통적인 쌍방향 통신방법에 의존하는 국가단위의 지역시장 경계는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사이버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2월1일 무역의 날을 맞아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을 "사이버무역의 시대"로 규정했다. 이를 위한 법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사이버 실크로드 개최 등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문인력 양성이다. 무역업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더욱 경영자의 개인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사람 사업(People Business)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무역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육 대상은 경영자다. 급격한 기술변화가 일어나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영자 사고의 탄력성, 즉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불리는 경영자 사고체계가 변화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기업으로부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적응력을 가진 경영자가 없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이같이 한국 무역업이 통신기술을 비롯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개인이 변화하는 환경을 받아들이고 새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선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대학이나 전문 연수교육기관 등에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국내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소비자간의 사이버 쇼핑몰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판 전자상거래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글로 된 인터넷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와 사이버무역을 한 개념으로 파악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선 사이버무역을 전자상거래와 별개로 취급한다. 따라서 국제시장에서의 인터넷 거래,즉 사이버 무역에 대한 교육을 더욱적극적으로, 그리고 한층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이버무역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 없는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국경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존 무역관행과 달리 전자화폐의 등장, 종이 없는 무역의 실현, 통관절차의 단순화 등 새로운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또 웹 상에서의 정보수집, 인터넷 마케팅, 인터넷 금융, 전자화폐결제 등을 위한 인터넷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무역에 관한 교육에는 이러한 사이버무역의 특성을 감안한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경제, 사이버무역 정보기술, 사이버무역 조직관리,사이버무역 마케팅, 사이버무역 금융 및 결제, 사이버무역 SCM(공급사슬관리), 무역실무 등을 들 수 있다. 사이버무역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무역전문가의 양성과 함께 사이버무역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통상마찰과 분쟁, 사이버 관련 법규, 조세협정, 그리고 이에 관한 국제기구 등에 필요한 인력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무역업에 있어서 한국은 통상협상이나 관세 및 비관세장벽과 같은 수입규제 등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양성하지 못했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객관적으로 처해진 조건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무역 분쟁에 휘말렸다. 그 결과 한국경제에 손해를 가져온 경우가 많았다. 이제 모든 나라에 새로운 분야인 사이버무역에 있어서는 우리도 다양한 관련 전문가를 조기에 양성해 미래에 대비하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무역업은 멀지않아 강한 국가경쟁력을 갖게 돼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