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말극장가) '쓰리 시즌'..베트남사람의 진솔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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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에 비친 베트남은 늘 전쟁중이었다. "지옥의 묵시록" "킬링 필드" "플래툰"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화속 베트남인은 우스꽝스럽지 않으면 극악무도했고 미국의 젊음을 의미없는 죽음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조연배우에 불과했다. 26살의 미국 감독 토니 뷔의 영화 "쓰리 시즌"( Three Seasons )은 그런 경향에서 좀 비켜 있다. 베트남 배우가 베트남어로 오늘 베트남인의 삶을 진솔하게 전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6명의 삶이 교차한다. 가난한 소녀 키엔(누엔 녹 하입)은 나병에 걸려 은둔생활하는 시인 다오선생(만 쿠옹)의 집에서 연꽃을 따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한다. 시클로(자전거 택시)운전사 하이(돈 두옹)는 어려운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창녀 렌(조에 뷔)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어린 소년 우디(뉴엔 후 듀오)는 잡동사니 그득한 만물상자를 들고 비오는 거리를 헤맨다. 미국인 제임스(하비 케이틀)는 죄책감에 짓눌린 표정으로 전쟁 당시 남겨두었던 딸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영화는 우연과 필연속에 관계하게 되는 이들 여섯을 통해 베트남의 궂은 역사가 초래한 현실의 아픔을 드러낸다. 자본주의 물결속에 매몰되는 전통의 가치를 어루만지고 따뜻한 가슴에서 피어나는 수줍은 사랑에 주목한다. 하얀 연꽃과 아이의 눈빛으로 뒤틀렸던 역사에 대한 화해와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다. 절제된 영상미가 돋보이지만 느린 전개로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올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 관객상 촬영상을 석권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