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유사벤처' 솎아내야 하는 까닭

"벤처기업에만 돌아가는 지원은 코스닥등록 때 심사요건 완화가 유일한 정도다. 조세나 금융지원면에서는 일반 중소기업과 별 차이 없다"(중기청 국장) "자금 이외의 세제지원 등은 벤처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계속돼야 한다"(벤처기업 사장)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 2층 대회의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위원장 안병우)가 주최한 "벤처기업지원시책 평가 및 발전방안"공청회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목격됐다. 한국의 벤처정책을 총괄하는 중기청 벤처국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특별지원이없다고 강변한 반면 업계 참석자들은 벤처확인요건 강화가 중견 벤처기업에 역차별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원도 없는데 역차별이 있을 수 있을까. 이날 중기청 국장의 발언은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존재를 무색케 했다. 중소기업과 지원상에 별 차이가 없다면 따로 벤처기업국은 왜 두는 걸까. 중기청 국장은 자금지원실적을 공개하며 차별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들어 중소.벤처지원자금으로 지원된 6천8백억원중 4.3%(업체수로는 8%)만이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업체에 지원됐다는 것. 벤처확인 기업에 대해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으니 확인제도의 부작용이 수술을 해야 할 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로 들렸다. 공청회에서 발표된 벤처확인 졸업제와 사업연수제한에 반대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 중기청도 지난 12월1일부터는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에 대해 사업연수를 7년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벤처확인제도 문제의 본질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벤처란 이름을 걸고 코스닥등록과 인터넷주식공모를 통해 자본차익을 남기려는 "무늬만 벤처"를 양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발급하는 벤처확인서가 "묻지마 투자자"를 현혹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이에 대해 이날 공청회에서는 시장에 맡겨 투자자에게 책임을 맡기면 된다는주장이 많았다. 내년중이면 코스닥시장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인만큼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 정도의 아픔을 겪지 않고는 성숙할 수 없다는 얘기는 그럴듯해 보인다. 문제는 현실이다. 대우채권 환매사태를 막기위한 정부의 조치에서 일부 투자자의 손실이 결국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지워질 수밖에 없는 한국적인 한계를 경험했다. 물론 언제까지 그 한계에 갇혀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찾아야 한다. 무늬만 벤처를 솎아내는 것은 벤처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 다지기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픔만큼 성숙해질 수도 있지만 처방을 할 수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면 중병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