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톡톡 : (사이버 문화) '퀴즈퀴즈' 모르면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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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족보 뿐만 아니라 이젠 서바이벌OX 족보도 받을 수 있습니다.올라올라용 영어 족보도 올려져 있으니 빨리 오셔서 받아가세요"(kewlbum) "전 연영스만 하는데 불만이 장난이 아닙니다. 문제만 어렵지 돈도 많이 안주고 아이큐도 팍팍 안 올라가요. 딴 거 보세요. 오엑스하는 사람들 아이큐2백이 기본이에요. 또 올라올라 하는 사람들 옷이 장난이 아니구요"(잘난게죄지) 퀴즈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들이다. 무슨 뜻인지 쉽게 떠으르지 않는 내용들이다. "연영스" "서바이벌OX" "올라올라"라는 단어도 생소할 뿐 아니라 문제를 푸는데 돈을 준다거나 아이큐가 올라간다는 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올라올라하는 사람들 옷이 장난이 아니다"라는 구절은 마치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는 얘기같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은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퀴즈퀴즈"를 즐기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이다. 퀴즈퀴즈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이런 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개발업체 넥슨의 사내벤처기업 엠플레이가 개설한 퀴즈게임 사이트 "퀴즈퀴즈"(www.quizquiz.com)는 문을 연지 두달만에 80여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도 회원이 하루 1만여명씩 늘어나고 있다. 퀴즈퀴즈에 동시에 접속하는 회원만도 1만2천여명에 이를 정도. 자연 대학가에서는 이 게임을 모르면 따돌림을 당할 정도다. 대학생들 중에는 밤을 새면서 게임을 하고 거의 매일 PC방을 찾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퀴즈퀴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독특한 게임 방식때문이다. 회원들은 마음에 드는 만화캐릭터를 정해 게임을 한다. 문제를 많이 풀수록 이용자의 아이큐(50부터 시작)가 올라가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캐릭터가 "알몸"인 상태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아이큐를 높이지 않으면 가게에 들러 옷 등을 사 입을 수 없다. 따라서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네티즌들은 시간이 지나도 "알몸" 상태 그대로다. "옷차림만 보면 한눈에 아이큐를 알 수 있어 창피함을 느낀 네티즌들이 아이큐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제대로 옷을 입으려면 아이큐가 1백50정도는 돼야 하죠"(김동석.26.나우콤 커뮤니티팀) 특히 퀴즈퀴즈가 제공하는 게임형태 중 하나인 "러브러브"는 아이큐에 대한 회원들의 "열정"을 더욱 불붙게 한다. 러브러브 퀴즈는 남녀가 짝인 세 팀이 겨루는 퀴즈. 참가자들은 1지망, 2지망을 정해 파트너를 선택하게 된다. 파트너가 좋아야 높은 점수를 받으므로 알몸인 네티즌보다는 정장이나 배트맨 복장 등 화려한 옷차림을 한 네티즌들이 단연 인기다. 퀴즈퀴즈에서 아이큐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은 크게 다섯가지다. 서바이벌OX, 올라올라, 러브러브퀴즈, 연예.영화.스포츠계의 뉴스를 다루는 연/영/스, 수능형태의 문제가 나오는 도전 수능4백 등이 있다. 아이큐를 올리려는 네티즌들은 시험공부하듯 서바이벌OX, 올라올라 등 다양한 형태의 퀴즈 문제를 뽑아내 외우고 조를 짜 공부하기도 한다. 아예 "올라올라 길드"처럼 하나의 퀴즈형태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모임도 생겼다. 또 "클릭신공"이라고 불리는 접속방법만을 전수하는 모임까지 등장했다. 접속자가 너무 많아 마우스 클릭을 빨리 해야 게임방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폼을 입듯 똑같은 옷을 사입고 특정 시간에 같은 대화방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동호회도 생겨났다. 특정 아이큐 이상만 모여 회원들끼리만 퀴즈풀이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수재들의 모임도 있다. 넥슨측은 이러한 길드형태의 모임만 6백여개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넥슨 관계자는 "퀴즈퀴즈는 부담없이 쉽게 즐기며 상식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신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앞으로 테트리스 등 다른 게임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