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렌드 2000] (1) 문학..21세기 화두는 '생명'/'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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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문화계의 화두는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개인과 사회,국가의 모습이 한꺼번에 달라진다.
문화는 그 시대의 풍향계이자 정신의 나침반이다.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주변 환경과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래
사조를 앞장서 이끈다. 신년기획 "문화-트렌드 2000"을 통해 21세기 한국문화의 지형도를 미리
조감하고 분야별 과제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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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학의 요체는 "생명"과 "성찰"이다. 시인 작가 평론가들은 이 두가지 요소가 새 천년 한국문학의 양날개라고
말한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생명존중 정신과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쌍방향 창작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문학이
급부상하겠지만 문학의 근본 가치와 인문학적 상상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인 신경림씨는 "세상이 바뀌더라도 문학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앞으로 생명과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라고 해서 들뜨지 말고 지난 세기를 차분히 돌아보는 성찰적 작품과
사람답게 사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모색하는 대안적 작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첨단과학에 대한 맹신이나 상업주의의 해악을 경계하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문학이 기술만능주의와 가치관의 왜곡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령(이화여대 석좌교수)씨와 김성곤(서울대 교수)씨는 월간 "문학사상"
1월호 새천년 특별대담에서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팬터지적 상상력이 한국 문단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작가의 절대적 권위가 사라지고 독자가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쌍방향(Interactive) 문학이 강력하게 대두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팬터지 소설 등 디지털적 상상력이 한국문학의 권위주의와 폐쇄성
보수성을 철저하게 타파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곤씨는 특히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문학은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는
통합문학 형식이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젊은이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의 소중함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사고, 인간 존엄성과 삶의 가치,
억압체계에 대한 저항, 자유의 존귀함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문학이 보다 주변적으로 밀려난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격상이 있을 것"이라며 "바벨탑 꼭대기에 올라앉은 듯하지만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정비작업 단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천년을 준비하는 문인들의 자세도 문학의 본질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시인 천양희씨는 "앞으로도 서정시의 본령을 지킬 것이며 생명에 대한
친화의 정신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설가 서영은씨는 "흙속에 묻혀 있는 고구마처럼 절대시간을 살면서
그 힘으로 문학을 살찌우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내일의 한국문학을 이끌 젊은 문인들 역시 정체성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근원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나 잉카의 신화를 공부하고
싶다"(시인 박형준)거나 "목청을 낮추고 단어의 수도 가능한 대로 줄이려
한다"(소설가 백민석)는 것이다.
결국 생명의 뿌리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미래 문학의 큰 흐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개인과 사회,국가의 모습이 한꺼번에 달라진다.
문화는 그 시대의 풍향계이자 정신의 나침반이다.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주변 환경과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래
사조를 앞장서 이끈다. 신년기획 "문화-트렌드 2000"을 통해 21세기 한국문화의 지형도를 미리
조감하고 분야별 과제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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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학의 요체는 "생명"과 "성찰"이다. 시인 작가 평론가들은 이 두가지 요소가 새 천년 한국문학의 양날개라고
말한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생명존중 정신과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쌍방향 창작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문학이
급부상하겠지만 문학의 근본 가치와 인문학적 상상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인 신경림씨는 "세상이 바뀌더라도 문학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앞으로 생명과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라고 해서 들뜨지 말고 지난 세기를 차분히 돌아보는 성찰적 작품과
사람답게 사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모색하는 대안적 작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첨단과학에 대한 맹신이나 상업주의의 해악을 경계하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문학이 기술만능주의와 가치관의 왜곡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령(이화여대 석좌교수)씨와 김성곤(서울대 교수)씨는 월간 "문학사상"
1월호 새천년 특별대담에서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팬터지적 상상력이 한국 문단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작가의 절대적 권위가 사라지고 독자가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쌍방향(Interactive) 문학이 강력하게 대두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팬터지 소설 등 디지털적 상상력이 한국문학의 권위주의와 폐쇄성
보수성을 철저하게 타파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곤씨는 특히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문학은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는
통합문학 형식이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젊은이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의 소중함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사고, 인간 존엄성과 삶의 가치,
억압체계에 대한 저항, 자유의 존귀함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문학이 보다 주변적으로 밀려난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격상이 있을 것"이라며 "바벨탑 꼭대기에 올라앉은 듯하지만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정비작업 단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천년을 준비하는 문인들의 자세도 문학의 본질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시인 천양희씨는 "앞으로도 서정시의 본령을 지킬 것이며 생명에 대한
친화의 정신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설가 서영은씨는 "흙속에 묻혀 있는 고구마처럼 절대시간을 살면서
그 힘으로 문학을 살찌우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내일의 한국문학을 이끌 젊은 문인들 역시 정체성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근원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나 잉카의 신화를 공부하고
싶다"(시인 박형준)거나 "목청을 낮추고 단어의 수도 가능한 대로 줄이려
한다"(소설가 백민석)는 것이다.
결국 생명의 뿌리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미래 문학의 큰 흐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