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 신년사를 듣고..김영복 <중앙대 교수/경제학>

새해가 시작되었다.

온 세상이 그토록 법석대며 기다리던 새 천년이 온 것이니 그 원년의 모든
일이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개벽을 경하하고, 금년이 세계 인류 모두에게
축복된 한 해, 그렇지만 특히 우리 국민에게 더욱 축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금년 신년사에는 더욱 감회와 의미가 부여된다.

"새 천년 새 희망"이라는 이름 아래 발표된 금년의 신년사는 국민적 화합과
세계적 경쟁에서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의 약속에 이어 임기 내에 2백만개
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완전봉쇄하고, 세계 10대 지식정보국가를
이루겠다는 약속도 천명되었다.

IMF 경제위기를 어렵게 극복한 우리 국민에게 금년의 신년사는 꿈과 희망의
미래를 적절하게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과거나 21세기가 된 오늘이나 우리 나라에서는 대통령의 "한 말씀"으로
국정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정부개편을 비롯하여 오늘의 신년사에서 발표된 정책제안으로
국민의 정부 후반의 국정운영 방향의 대강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신년사에서는 디지털시대의 중요성에 부응하도록 획기적인 초고속 통신망의
건설계획을 밝혔다. 또 과학, 교육부문의 행정기구개혁을 포함하는 지식, 정보기반 경제체제
의 형성을 약속하였다.

금융, 기업, 공공, 노사부문의 4대개혁과 사회보장, 세제. 농어민부채와
관련된 경제정책의 운영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특히 재경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하였다.

먼저 재경부장관의 부총리 승격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부총리는 원래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기획원 장관이
겸직했다.

김영삼 정부의 출발과 함께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돼 주지하는 바와
같이 초강대 권력부로서 재경원이 탄생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것은 다시 재경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원
등으로 나뉘어져 그동안 정책조정의 부재 문제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것은 정부 각 부처의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운용되고 각 부처 상호간
인적 유대로 합의가 잘 이루어질 경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엔 언제든지 심각한 정책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조만간 권위있는 정책합의 체제의 도입이 요구되어 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부총리제의 부활은 새로운 정부조직개편을 반드시 수반해야 할
일이다.

향후 예산기능이니 금융감독기능은 어찌될 것인가.

이것을 다시 통합해 슈퍼재정부를 만드는 것이 지금 주창되는 다양화 및
시장질서의 회복과 기본적인 노선 충돌이 있는 것은 아닌가.

국회는 이 과정에서 과연 적절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인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나 어떠한 계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기구를 손대는
버릇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조직과 제도는 항시 변해왔으므로 일관성있는 조직 문화를
배양할 틈이 없어왔다.

수평적 경제부처간에는 합의조정하는 관례 를 키울 기회가 없었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정부조직을 손댈 필요를 느꼈다면 이번에는 예상되는
장래의 과정을 길게 보고 편제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여론 수렴절차와 민주적인 입법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때 국민의 참된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 신년사는 서민주택자금지원과 중산층 세금감면 등 어려운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농어민을 위해 부채이자를 반감하고 연대보증을 정부부담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이 빚더미 속의 농어민과 농어촌의 황폐화를 구하자는 취지
에서 도입되는 바를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소득지원 정책이 일관적인 체계없이 시시때때로
도입되는 경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열심히 의무이행을 한 사람은 손해를 보는 셈이다.

긴 안목을 가진 정책개발이 아쉽다 하겠다.

이번 신년사는 장밋빛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대로만 실천되다면 한국은 정보화시대에 국제무대에서 손색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이뤄나갈 재원은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 의구심이 든다.

만에 하나, 이번 신년사가 총선을 위한 선심용 정책발표가 아니기를
기원한다.



------------------------------------------------------------------------ 필자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박사
상공부 수출계획과장
저서 :경제체제론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