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논리와 과잉진압 .. 노성태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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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은행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창구에 강도 한 명이 슬그머니 나타나 직원에게 권총을 내 보이며 주변에
있는 돈을 모두 손가방에 넣어서 달라고 위협했다. 담당 은행원은 순순히 돈다발들을 넣은 가방을 건네주면서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돈다발 중에는 위장된 최루탄과 악취탄이 섞여 있어서 범인이
은행문을 나선 뒤 5분 정도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폭발하게끔 돼 있기 때
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범인은 돈을 두고 도망을 치거나 근처의 경찰에 의해 체포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범인이 문을 나서자마자 은행 고객중에 용감한 남자 한 사람이 뒤를 따라
붙어서 격투가 벌어졌던 것이다.
힘이 센 이 사람은 범인을 완전히 제압해 꼼짝 못하게 한 후 의기양양하게
옆에 있던 돈가방을 은행 안으로 던져주었다. 그 순간에 가방이 폭발했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은행은 1주일 이상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조기의 과잉 진압이 불러온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과잉 진압 또는 과잉 대응이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외환위기 직후 IMF의 권고에 따라 실시했던 고금리정책
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던 국내 기업들은 금융비용이
추가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집단도산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중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8%로 떨어졌고 실업자 수는
2백만명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의 이 정책이 지나치게 고단위 처방이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국내외적
으로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과잉 대응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결론이 나지
않은채 논란만 무성한 문제들이 몇가지 더 있다.
먼저 Y2K 문제가 그것이다.
새해에 들어와서 아직까지 큰 사고가 없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온 세계가
과잉 대응을 해왔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까지 법석을 떨지 않았어도 될 일을 컴퓨터 전문가들의 엄포에 넘어가
나라마다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도 2조원 이상의 돈을 써 가며 민관이 합동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해
왔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별 탈없이 넘길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그만큼 노력했기에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Y2K 대응책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앞으로도 한동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서 과잉 대응 여부의 판정은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대우사태와 관련해 수익증권의 환매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하고 환매시점별로 환매비율
을 차등화하며 환매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보증한다는 등의 조치가 불가피
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초강경책을 동원하는 바람에 상당기간 환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투신사와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의 손실만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는 지적의 설득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불안은 해결되지 않고 일시 연기되기만 했을 따름이어서 2월이 돼
환매가 쏟아지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다시 한번 보호해주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금융의 정상적인 발전을 더욱 지체시켰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외환보유액이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와 IMF 체제라는 치욕적인 경험을 치르고 난 이후라 외자유치와
국제수지 흑자 유지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지만 7백억달러를 초과한
이 시점에서도 계속 정책을 그러한 방향으로 몰고간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원화절상압력 통화관리문제 기회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정부와 국민전체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 대응 여부에 관해 경제학에서는 항상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비교해 판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범죄를 막는 일,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일, 금융위기를 해소하거나
예방하는 일, 더 나아가서는 환경문제 복지문제를 개선하는 일 등 모두가
중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감안해
절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귀중한 자원을 크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경제 마인드와 논리를 갖고 좀 더 차분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
창구에 강도 한 명이 슬그머니 나타나 직원에게 권총을 내 보이며 주변에
있는 돈을 모두 손가방에 넣어서 달라고 위협했다. 담당 은행원은 순순히 돈다발들을 넣은 가방을 건네주면서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돈다발 중에는 위장된 최루탄과 악취탄이 섞여 있어서 범인이
은행문을 나선 뒤 5분 정도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폭발하게끔 돼 있기 때
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범인은 돈을 두고 도망을 치거나 근처의 경찰에 의해 체포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범인이 문을 나서자마자 은행 고객중에 용감한 남자 한 사람이 뒤를 따라
붙어서 격투가 벌어졌던 것이다.
힘이 센 이 사람은 범인을 완전히 제압해 꼼짝 못하게 한 후 의기양양하게
옆에 있던 돈가방을 은행 안으로 던져주었다. 그 순간에 가방이 폭발했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은행은 1주일 이상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조기의 과잉 진압이 불러온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과잉 진압 또는 과잉 대응이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외환위기 직후 IMF의 권고에 따라 실시했던 고금리정책
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던 국내 기업들은 금융비용이
추가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집단도산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중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8%로 떨어졌고 실업자 수는
2백만명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의 이 정책이 지나치게 고단위 처방이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국내외적
으로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과잉 대응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결론이 나지
않은채 논란만 무성한 문제들이 몇가지 더 있다.
먼저 Y2K 문제가 그것이다.
새해에 들어와서 아직까지 큰 사고가 없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온 세계가
과잉 대응을 해왔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까지 법석을 떨지 않았어도 될 일을 컴퓨터 전문가들의 엄포에 넘어가
나라마다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도 2조원 이상의 돈을 써 가며 민관이 합동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해
왔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별 탈없이 넘길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그만큼 노력했기에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Y2K 대응책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앞으로도 한동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서 과잉 대응 여부의 판정은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대우사태와 관련해 수익증권의 환매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하고 환매시점별로 환매비율
을 차등화하며 환매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보증한다는 등의 조치가 불가피
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초강경책을 동원하는 바람에 상당기간 환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투신사와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의 손실만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는 지적의 설득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불안은 해결되지 않고 일시 연기되기만 했을 따름이어서 2월이 돼
환매가 쏟아지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다시 한번 보호해주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금융의 정상적인 발전을 더욱 지체시켰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외환보유액이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와 IMF 체제라는 치욕적인 경험을 치르고 난 이후라 외자유치와
국제수지 흑자 유지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지만 7백억달러를 초과한
이 시점에서도 계속 정책을 그러한 방향으로 몰고간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원화절상압력 통화관리문제 기회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정부와 국민전체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 대응 여부에 관해 경제학에서는 항상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비교해 판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범죄를 막는 일,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일, 금융위기를 해소하거나
예방하는 일, 더 나아가서는 환경문제 복지문제를 개선하는 일 등 모두가
중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감안해
절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귀중한 자원을 크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경제 마인드와 논리를 갖고 좀 더 차분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