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토피아] '2061년 김평수씨 100세 생일날'

2061년 5월16일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복합건물.

꼭 이날로 1백세 생일을 맞은 김평수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겸 헬스룸으로 직행했다. 간단히 세수를 한뒤 헬스머신에 달린 철봉에 매달렸다.

10초가 지나자 자동적으로 건강진단 결과가 나왔다.

철봉의 센서가 손의 힘과 근력 맥박 등을 읽어 냈다. 그 사이 건강진단기에 달려 있는 스캐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검을
끝냈다.

모니터에는 "혈압 콜레스테롤 심장박동 모두 정상입니다. 활기찬 하루
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김씨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태어나던 날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시작된 격동의 20세기를 그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학시절엔 자욱한 최루탄 속에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목청을 돋우었었다.

IMF 체제로 한때 직장에서 밀려 나기도 했다. 실업의 고통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죽을 결심을 한 기억도
떠올랐다.

그러던 그가 1백세 생일을 맞았다.

60세 회갑을 맞은 2021년 인간게놈 치료를 받은 결과다.

자신의 유전자와 단백질의 암호체계를 진단받으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교체하거나 수리했다.

그것이 수명을 1백세로 연장시켜 주었다.

사실 몸은 그리 성치 못하다.

대장의 일부와 한쪽 콩팥은 인공 장기다.

그러나 생활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치아도 진작에 망가졌지만 생체형 재질로 만든 것을 사용하고부터는 전보다
입맛이 훨씬 좋아졌다.

85세 때 교통사고로 완전히 부러진 왼쪽 정갱이 뼈도 인공 뼈다.

하지만 인간게놈과 인공장기는 완전히 새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환갑 전까지 있던 신경통마저 씻은 듯 없어졌다.

환절기만 되면 심한 몸살감기로 고생했는데 20년전 감기 백신이 나오고
부터는 감기 걱정도 없어졌다.

그는 마음 같아선 운동선수로도 뛸 수 있다고 느낀다.

자신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사고가 아닌 경우엔 1백세를 거뜬히 넘긴다.

어지간한 암은 다 정복됐다.

진단을 게을리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을 완전히 드러내 교체하기 때문에
생활엔 지장이 없게 됐다.

병원에서 권하는 기능식품들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식사량을 대폭 줄여 하루 두 끼만 먹고 있지만 모든 영양소가 완전히 들어간
것인 데다 적당한 포만감까지 줘 그만이다.

야채와 영양소를 섞어 만든 "영양 밥"을 한번에 반 공기쯤 먹는다.

김씨는 이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데 아직 힘은 있지만 쉬고 싶다.

96세인 아내도 건강엔 문제가 없지만 노후를 즐기고 싶어한다.

한적한 곳에 살면서 가끔 우주여행이나 다니자는 게 아내의 권유다.

시골로 내려가도 "신교통"을 이용하면 서울까지 오는데 불과 30분이면 되기
때문에 굳이 시골이랄 것도 없다.

손녀와 증손자도 화상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다.

벌써 고희가 된 아들은 20세기에 유행했던 스포츠인 테니스에 빠져 요즘
세월 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함께 운동을 하자고 아들이 권유하지만 과격한 운동은 피하라는 컴퓨터의
권유에 따라 간단한 체력 단련만 한다.

한참을 상념에 잠겨 있던 김씨는 아내의 호출로 정신을 차린다.

10년만에 한복을 한번 입어보라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거실로
돌아간다.

1백세 생일을 기념해 아주 비싼 공연인 사물놀이를 보러 갈 예정이다. 생일은 다르지만 함께 1백세가 되는 친구들도 몇명 초대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