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구조조정] (3) '선택과 집중' .. 핵심사업으로 승부

"선택"과 "집중".

새천년에도 결코 바뀔 수 없는 기업 경영의 ABC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던 한국 기업들은
"문어발"식 경영으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했다.

핵심기술도 없고 관리역량도 충분치 않은데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벌여서는
투자와 관리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핵심역량을 골라내고 그 분야에서 모든 자원을 집중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
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경영"은 그래서 2000년에도 가장 중요한 경영 키워드로
남아 있다.

LG그룹은 새해 경영방침을 "승부사업에의 집중"으로 정했다.

21세기형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정보통신 바이오 인터넷을 근간으로 하는 핵심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특히 인적자원에 집중투자
하겠다"고 말한다.

핵심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비주력 계열사의 정리는 물론 핵심 계열사내
의 비주력 사업도 과감히 정리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보면 LG의 각오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미래 승부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LG화학과 LG전자의 핵심 사업
단위를 사업본부로 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사업본부장에 발탁했다"는게 구 회장의 설명이다.

현대는 지난해 5개 핵심업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데 이어 올해는
이 업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총력 지원 체제에 나설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전자 중공업 건설 금융.서비스 등 5대 핵심업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 이들 기업이 세계 3~5위안에 드는 초우량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분야에는 더이상 한눈 팔지 않는다는게 원칙이다.

삼성의 전략도 다르지 않다.

삼성은 21세기 국제적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핵심사업의 세계 1위 품목을
현재 12개에서 2005년 30개까지 늘려나간다 계획이다.

세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선택과 집중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래서 올해 경영 방침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창출"로 정했다.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가 곧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지름길"(이건희
회장)이기 때문이다.

SK는 37개 계열사를 2002년까지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금융 건설.물류 등
4개 분야의 22개사로 줄이기로 했다.

또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일류기업과 전략제휴를 추진중"
(손길승 회장)이다.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수익성이 우선돼야 한다.

이익이 나지 않거나 미래 이익이 불투명하면 당장 철수해야 한다.

둘째, 구조조정은 핵심역량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째, 내부 관리역량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핵심역량이라고 해도 사업규모나 관련다각화의 정도에 따라
관리역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준범 책임연구원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한 선택과 집중은
21세기에도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승부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