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코리아 2000] 제1부 : (6) '탈 일본, 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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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 일본, 초 미국 프로젝트 ]
21세기를 불과 열흘정도 앞둔 지난해 12월19일.도쿄 중심부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의 총리관저에 일본 정부와 재계 인사들이 모였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주재한 이 모임에는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후카야
다카시 통산상, 이마이 다카시 신일본제철회장, 아키쿠사 나오유키 후지쓰
사장, 가나이 쓰토무 히다치 사장, 미야즈 준이치로 NTT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계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이날 미팅의 멤버로 눈길을 모았다.
이날 토론주제는 "일본경제재건특별건". 무거운 분위기속에 재계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번째 발언자는 게이단렌의 총수인 이마이 회장.
"일본은 지금 중대한 시점에 서있다. 지난 세기 경제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긴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혁신을 통한 21세기 일본 산업재건이 필수적이다". 손정의 사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미국에서는 민간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만 해도 4조엔을
넘고 있다. 일본은 뭐하고 있나"
이날 회의는 최근 일본이 처한 위기감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일본내 내로라하는 논객들은 하나같이 "지난 세기 승승장구하던 제조업
신화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서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절박함은 각종 정부회의에 등장하는 안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일본의 구상", "경제신생", "산업재생"...
총리 주재로 지난해초부터 매달 여는 민.관합동 "산업경쟁력회의"가 대표적
이다.
이 회의 주제는 주로 "무엇으로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것인가"다.
오부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제7차회의를 마치면서 "일본은 이제 제2의
메이지유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유신은 "탈일본, 초미국"으로 요약된다.
일본의 과거를 벗어던지고 다시 미국을 추월하자는 것이다.
그 첫 작품이 바로 밀레니엄 프로젝트이다.
"일본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새천년을
리드하자"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이른바 "디지털 뉴딜(Digital Newdeal)"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은 이미 산.학.관이 똘똘뭉쳐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에서는 올해에만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특별예산으로 5천억엔(5조원)
규모를 책정해놓았다.
새로운 산업이란 어떤 것인가.
일본은 여덟번의 산업경쟁력회의를 토대로 새천년의 3대 키워드를
"정보화, 바이오, 환경"으로 정했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는 각 분야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제안서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일본이 3대분야에서 달성하려 하는 목표를 보면 "가히 일본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과거 제조업에서 그랬듯이 신산업 분야에서도 초고속 압축성장이 그대로
녹아있다.
우선 정보화 분야에서 일본은 오는 2003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
전자정부"를 실현할 계획이다.
정부조달, 행정정보, 문서교환 뿐 아니라 민간부문과의 모든 행정절차를
1백% 전자화시킨다는 게 골자다.
또 2002년까지 전국 초.중.고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연결하고 2004년까지는
현재의 인터넷보다 1만배 속도가 빠르고 3만배 전송량이 많은 슈퍼 인터넷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는 컴퓨터 키보드가 없이도 정보접속이 가능한 두뇌형 정보처리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게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다.
"산.학.관이 힘을 합치면 달성 못할 것도 없다"는 게 밀레니엄 프로젝트
입안을 주도한 아리마 전 과기청장관(문부상 겸임.현 참의원의원)의 얘기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사회에 대응해 앞으로 4년안에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이 분야 목표이다.
혁신적인 의료기술은 예컨대 치매 암 당뇨병 고혈압 등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것.
이를위해 발병 메커니즘을 세포기능은 물론 유전자단계까지 들어가 완벽히
분석해내는 바이오 인포메틱스(Bio Infomatics) 기술을 집중 개발하기로
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2010년까지 모든 폐기물의 리사이클(재활용)률을 95%까지
달성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대비 6%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선진국가운데 가장 앞선 수준이다.
또 2005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를 세계 처음 실용화하기로 했다.
이를통해 20세기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형 경제시스템을
환경친화적인 순환형 경제사회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이같은 3대 계획의 달성시점을 오는 2010년으로 잡았다.
그때쯤 3대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문명 수준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혁신과 함께 국가체제의 전면적인 개조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낡은 시스템으로는 첨단을 무기로 앞서가는 미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부치 총리 스스로도 "발상과 제도의 총제적인 개조가 없이 일본은 결코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
21세기를 불과 열흘정도 앞둔 지난해 12월19일.도쿄 중심부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의 총리관저에 일본 정부와 재계 인사들이 모였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주재한 이 모임에는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후카야
다카시 통산상, 이마이 다카시 신일본제철회장, 아키쿠사 나오유키 후지쓰
사장, 가나이 쓰토무 히다치 사장, 미야즈 준이치로 NTT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계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이날 미팅의 멤버로 눈길을 모았다.
이날 토론주제는 "일본경제재건특별건". 무거운 분위기속에 재계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번째 발언자는 게이단렌의 총수인 이마이 회장.
"일본은 지금 중대한 시점에 서있다. 지난 세기 경제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긴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혁신을 통한 21세기 일본 산업재건이 필수적이다". 손정의 사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미국에서는 민간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만 해도 4조엔을
넘고 있다. 일본은 뭐하고 있나"
이날 회의는 최근 일본이 처한 위기감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일본내 내로라하는 논객들은 하나같이 "지난 세기 승승장구하던 제조업
신화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서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절박함은 각종 정부회의에 등장하는 안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일본의 구상", "경제신생", "산업재생"...
총리 주재로 지난해초부터 매달 여는 민.관합동 "산업경쟁력회의"가 대표적
이다.
이 회의 주제는 주로 "무엇으로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것인가"다.
오부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제7차회의를 마치면서 "일본은 이제 제2의
메이지유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유신은 "탈일본, 초미국"으로 요약된다.
일본의 과거를 벗어던지고 다시 미국을 추월하자는 것이다.
그 첫 작품이 바로 밀레니엄 프로젝트이다.
"일본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새천년을
리드하자"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이른바 "디지털 뉴딜(Digital Newdeal)"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은 이미 산.학.관이 똘똘뭉쳐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에서는 올해에만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특별예산으로 5천억엔(5조원)
규모를 책정해놓았다.
새로운 산업이란 어떤 것인가.
일본은 여덟번의 산업경쟁력회의를 토대로 새천년의 3대 키워드를
"정보화, 바이오, 환경"으로 정했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는 각 분야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제안서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일본이 3대분야에서 달성하려 하는 목표를 보면 "가히 일본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과거 제조업에서 그랬듯이 신산업 분야에서도 초고속 압축성장이 그대로
녹아있다.
우선 정보화 분야에서 일본은 오는 2003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
전자정부"를 실현할 계획이다.
정부조달, 행정정보, 문서교환 뿐 아니라 민간부문과의 모든 행정절차를
1백% 전자화시킨다는 게 골자다.
또 2002년까지 전국 초.중.고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연결하고 2004년까지는
현재의 인터넷보다 1만배 속도가 빠르고 3만배 전송량이 많은 슈퍼 인터넷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는 컴퓨터 키보드가 없이도 정보접속이 가능한 두뇌형 정보처리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게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다.
"산.학.관이 힘을 합치면 달성 못할 것도 없다"는 게 밀레니엄 프로젝트
입안을 주도한 아리마 전 과기청장관(문부상 겸임.현 참의원의원)의 얘기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사회에 대응해 앞으로 4년안에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이 분야 목표이다.
혁신적인 의료기술은 예컨대 치매 암 당뇨병 고혈압 등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것.
이를위해 발병 메커니즘을 세포기능은 물론 유전자단계까지 들어가 완벽히
분석해내는 바이오 인포메틱스(Bio Infomatics) 기술을 집중 개발하기로
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2010년까지 모든 폐기물의 리사이클(재활용)률을 95%까지
달성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대비 6%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선진국가운데 가장 앞선 수준이다.
또 2005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를 세계 처음 실용화하기로 했다.
이를통해 20세기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형 경제시스템을
환경친화적인 순환형 경제사회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이같은 3대 계획의 달성시점을 오는 2010년으로 잡았다.
그때쯤 3대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문명 수준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혁신과 함께 국가체제의 전면적인 개조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낡은 시스템으로는 첨단을 무기로 앞서가는 미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부치 총리 스스로도 "발상과 제도의 총제적인 개조가 없이 일본은 결코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