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 21세기 '팔도 경제기행'] '구로공단' .. 구로밸리

10일 아침 출근길.

서울 구로공단에서는 388번과 150번 시내버스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불과 2~3년전만해도 "섬유" "어패럴"로 향하는 근로자들이었다.

이제는 "전자" "정보통신" "시스템"으로 출근하는
첨단직업인들로 주인공이 바뀌었다.

"죽은 공단"으로 밀쳐 놓았던 구로공단. IMF경제위기가 오기전에 기력이 빠져버린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딴판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묘판"답게 "21세기형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단 입주업체의 활발한 물갈이부터 이뤄졌다.

"벤처"와 "첨단"이란 수식어를 단 젊은 기업들이 속속 퇴출기업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입주업체 4곳중 1곳이 전기전자.기계 등 첨단업종이다. 지난해 새로 입주한 1백15개 업체 가운데 정보통신 전자 컴퓨터응용기기
통신장비 반도체 등 첨단업종이 절반을 넘었다.

80년대 말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섬유는 이제 14%에도 못미친다.

첨단산업체들의 입주가 활발해지면서 첨단기술과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PCS중계기 등을 생산하는 삼지전자는 올해 매출목표를 8백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4%나 높여 잡았다.

지난98년말 이곳으로 옮겨온 이회사는 구로공단의 새 간판스타답게 현재
45명인 연구인력을 절반이상 더 늘릴 계획이다.

지난 97년11월 합류한 이레전자도 휘파람을 불고있다.

올해 외형이 지난해보다 배이상 늘어난 6백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연내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기 때문.

정문식 사장이 근무연한에 따라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약속,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하다.

상반기중 PSTN ADSL 등 차세대 영상전화와 멀티플렉서를 잇따라 내놓아
정보통신분야의 강자가 되고야 말겠단다.

무인경비시스템을 국산화한 비경시스템, 이동전화 중계기를 생산하는
서화정보통신, 고객순번기를 제작하는 내외시스템 등도 구로공단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약진이 거듭되자 은행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종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던(?) 은행 관계자들이 요즘엔 돈을 써달라고
찾아올 정도다.

구로공단에 첨단기업의 입주가 줄을 잇고있는 것은 서울시내에 자리잡고
있어 우수인력을 구하기 쉬운데다 공단의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수대학이 많아 산.학협동을 하기도 쉽다.

급성장 가도를 달려야할 정보통신업체에게는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춘셈이다.

지난65년부터 73년까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 일대 60만평에
조성된 이공단은 "수출한국의 꽃"으로 불렸으나 90년대 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노동집약산업체가 옮겨가면서 공동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공단측은 이런 위기가 다시오지 않게 2006년까지 구로공단 터를
고도기술과 벤처 패션디자인 지식산업단지 등 4개 블록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구로공단의 중심지인 1단지 가운데 8만평을 벤처단지로 조성키로했다.

오는9월 사업비 6백88억원이 투자된 지하 3층에 지상 15층의 "벤처빌딩"이
세워지면 공단의 변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곳에는 컴퓨터와 전기.전자, 영상.음향 등 벤처기업 79개사와 지원기관
19개사 등 1백여개 업체가 입주하게된다.

2003년까지 같은 규모의 벤처빌딩을 추가로 세울 방침이다.

테크노타운에서는 모든 기업활동을 한 건물내에 서 처리하는 원 루프
서비스(One-Roof ServiceSystem)가 제공된다.

구로공단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로 보아 구로공단은 멀지않은 장래에
테크노타운으로 변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