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선율 다시 듣는다 ..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연주회

올해는 바흐 서거 2백50주년 되는 해다.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등 모든 음악인들에게 뜻깊은 한해가 될 것 같다. 특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클래식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바흐곡들로 올해 연주계획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14년만에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다시 녹음, 발표한후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80여회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회에 들어갔다. 그는 다섯번째 나라로 한국을 택했다.

지난해에도 내한연주회를 가진 그가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전곡 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스키의 새 앨범(도이체그라모폰)은 1985년 녹음에 비해 훨씬 템포가
빠르다. 거의 3배는 빨리 연주하는 듯하다.

첫 녹음 때와 같은 현의 깊은 여운은 느낄 수 없지만 폭풍처럼 몰아치는
격정과 화려한 기량이 돋보인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나이가 들어 같은 곡을 녹음하면 한 스코어, 한
스코어에 더욱 정성을 들여 유장하게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마이스키는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

마이스키가 이 곡을 다시 녹음하기로 결정한 것도 재미있는 일화로 남아
있다.

그는 몇년전 스위스 취리히의 오디오점 앞을 지나치다 우연히 "무반주
첼로모음곡 5번 다단조"를 듣게 됐다.

그는 이 연주가 바흐를 패러디한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누군가 장난기를 갖고 연주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음반이란 사실을 알고는 까무라칠 뻔 했다고 한다.

세계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음반이었지만 더이상 마이스키는 그 연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새 녹음이 나의 연주를 대표하게 하기 위해 가능한 실황연주에
가깝도록 편집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며 "생기가 감도는 음반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완벽함은 희생할 각오를 했다"고 말한다.

유태계인 마이스키는 지난 48년 러시아의 리가에서 태어났다.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 피아티고르스키 등으로부터 배운뒤 1965년
러시아 전국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73년에는 가스파르카사 국제첼로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반체제운동에 관련됐다는 혐의로 2년간 옥중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당시
경험이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데 소중한 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나의 손을 통해 악기를 움직이고 악기는 일정한 구조를
갖춘 영혼의 소리를 만들어낸다"라고 그는 말하곤 했다.

그는 72년 이스라엘로 이주해 현재는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다.

장한나를 가르치고 성숙한 음악인으로 크는 데 길을 열어준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오는 12일에는 모음곡 1, 3, 5번을 연주하고 13일에는 나머지 2, 4, 6번을
들려준다.

모두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