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서 배웁시다] 국제 유가 : 1년새 100% 폭등

"당신의 팬티가 석유로 만들어졌소"

석유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우스개소리다. 석유는 인간의 의.식.주 모든 분야에 활용된다.

확실한 대체물질도 없다.

석유없이는 세계경제가 단 하루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그래서 석유는 인체의 "혈액"으로 비유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초 배럴당 10달러 정도하던 유가가 지금은 26달러선이다. 얼마전에는 27달러를 넘기도 했다.

27달러는 91년 1월 걸프전이후 9년여만의 최고치다.

유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 1년동안 평균 1백%이상 올랐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 탓이다.

좀더 정확히 말해 OPEC의 감산으로 공급이 수요에 못미치는 상황, 즉 공급
부족사태가 곧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OPEC은 지난해 2월 하루 산유량을 2백10만배럴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하루산유량의 3%도 채 안된다.

더구나 이것은 감산목표량일 뿐이다.

감산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감산이행율은 80%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로 줄어든 산유량은 하루에 1백80만배럴 정도다.

그런데도 OPEC의 이 조치에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는 이 감산량이 세계원유의 수급상황을 바꿀수 있는 최소한의 양이라는
점이다.

세계 원유시장의 수요.공급은 현재 하루 7천5백만배럴 정도로 엇비슷하다.

재고는 3억배럴이다.

분석기관들은 OPEC 감산으로 조만간 세계원유시장이 그동안의 공급과잉
상황에서 "수요 > 공급"의 공급부족 사태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는 OPEC의 결속력과 강한 국제원유시장 지배력이다.

OPEC 산유량은 세계 산유량의 약 40%다.

나머지 60%는 러시아 노르웨이 멕시코 영국 미국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비중이 40%라고 해서 영향력도 40%라고 보면 오산이다.

원유수출시장의 점유율은 60%나 된다.

국제시장에 나오는 원유는 하루에 3천만배럴쯤 된다.

이중 OPEC산 원유가 1천8백만배럴가량 된다.

OPEC이 감산하면 바로 원유수출시장에서 물량이 줄어든다.

감산은 수출축소를 뜻한다.

감산한다고 해서 산유국들이 자국의 원유소비를 줄이진 않는다.

더욱이 공급사이드에서 OPEC만한 결속을 보이는 국제원유기구도 없다.

국제유가의 상승이 걱정거리가 되는 것은 인플레(물가상승)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용잡화에서 농약 의복에 이르기까지 용도가 다양한 석유는 아직 확실한
대체물질이 없다.

따라서 "비싸면 안 쓰면 그만"이 아니다.

아무리 비싸도 쓸 수 밖에 없는 상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