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말스크린) '주노명베이커리' .. 2부부 짧은 외도

사랑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사랑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혼인으로 서로를 구속시킨 뒤에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짐으로 인해 긴장의 끈이 풀리기 십상이다.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것은 "권태"란 불청객이다. 권태는 서로에 대해 쉬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웬만한 정성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첫 만남의 설렘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그라들고 남는건 그저그런
"타성" 뿐이다. 15일 개봉되는 "주노명베이커리"는 타성에 빠진 부부들의 일탈을 다룬
영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불륜"이다.

아내와 낯선 남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 남자의 아내와 숨어서 하는
사랑놀음이다. 서양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와핑(섹스를 인정하는 부부끼리의 파트너
교환)을 모티브로 했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좀 다르다.

이쯤이면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칼부림이나 주먹다짐, 잘해야 도장찍고 헤어지기다.

영화는 그러나 어둡지 않다.

가족해체로 이어질 위험천만한 대각선 불륜이지만 웃음으로 행복한 사랑의
회복을 얘기한다.

억지스런 결론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불륜이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는 상상이라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영화엔 두 부부가 등장한다.

주노명베이커리란 빵집주인 노명(최민수)과 정희(황신혜) 부부, 대책없는
3류 소설가 무석(여균동)과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해숙
(이미연) 부부다.

남부러울 것 없지만 권태기로 흔들리는 가정, 경제적 현실과 이상이
부딪치는 위태로운 가정을 대표한다.

노명은 아내 정희가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불안해 한다.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노명은 아내의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가족여행도 떠나고 밤일에도 힘을 더 쓴다.

그런데도 별무신통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활짝 웃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별볼일 없는 무석을 보고서다.

노명은 아내와 무석의 은밀한 관계를 상상하며 질투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내의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진다.

무석의 아내 해숙이 무석에게 빵집 출입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노명은 해숙에게 무석의 금족령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명이 덜컥 해숙의 매력에 빠져 버린다.

쌀쌀맞던 해숙도 빵에 담아 전하는 노명의 정성에 감동한다.

금족령이 풀린 무석으로 인해 정희의 얼굴에도 웃음이 감돈다.

그러나 두 부부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노명부부는 모든 것을 정리하려 한다.

영화는 외도의 통상적 결말을 부정한다.

일생을 함께 해온 아내에게 근사한 생일케이크를 선사하려는 노신사의
마음을 통해 첫만남의 설렘과 다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빵굽기를 빗대 사랑에 대한 소박한 생각을 전한다.

"좋은 빵을 만드는 것은 좋은 사랑을 하는 것과 같다. 우선 반죽을 잘해야
한다. 시간을 잘 맞추고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민수가 오랜만에 어깨에 힘을 빼고 코믹연기를 빼어나게 해냈다.

여균동의 엉뚱한 연기와 대사가 조화를 이룬다.

무석의 드센 아내역할을 한 이미연도 호연했다.

"결혼이야기" "그여자 그남자"의 시나리오를 써 주목받았던 박헌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