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새'

은빛 부리 끝에
울음 한 톨씩 물고
무장과 무장 사이로
무장해제된 새들이
아아리이 산맥을 타고
월경하고 있다

삐라처럼 삐리처럼 조기조(1963~) 시집 "낡은 기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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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엘 갔다가 국경 아닌 국경을 떼지어 넘나드는 새들을 보고 부러웠던
일이 생각난다. 철조망, 방어벽, 지뢰, 각종 포 따위로 중무장된 휴전선의 중압감으로
해서 "무장해제"란 수식이 새들을 더 가볍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은빛 부리 끝"에 문 "울음"은 통일과 평화의 염원을 상징하고 있다.

"삐라처럼 삐라처럼"은 선전 전단이 날아다니는 휴전선의 실상을 재현하는
효과도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