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긴 발자국 뒷사람의 길" .. '이/취임식 스케치'

1.13 개각으로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된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14일 금감위원장 이임식에서 눈물을 보여 분위기를 숙연케 만들었다.

이 장관은 이임사를 시작하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채 감정이 북받친 소리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직원은 "매섭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이 장관이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마지막으로 김구 선생이 결단을 내릴 때 자주 인용했다는 서산
대사의 한시 "눈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에는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를 읊으며 직원들
에게 소명의식을 당부했다.

정덕구 전임 산업자원부 장관은 "공무원의 태만과 오류는 부당이득
환수죄에 적용된다고 생각해 매일 아침 4시반에 일어났으나 이같은 자신의
유별난 행동이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한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정 장관의 경질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

그는 또 "겸손이라는 축복을 하나 더 받도록 하겠다"며 자신 때문에 불이익
을 받은 사람들에게 사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부인과 함께 두달간 조용하게 쉬겠다며 이날 비행기를 타겠다고
말해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

한편 산자부 직원들은 신임 김영호 장관이 재미있게 일할수 있는 여건조성
을 강조한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

그러나 일부는 교수출신 장관이라 타부처와의 교섭력이나 정치력에서는
부족할수 있지 않느냐며 우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오전과천 청사 대강당에서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갖고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올해 이후 2~3년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중단없는 개혁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어 "지난 2년간의 구조개혁은 경제를 건전한 시장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한
역사적 시도"라면서 "이 과업이 좋은 결실을 맺어 시장경제의 기본틀이
확립된 나라로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강 장관은 "재경부는 우리사회의 어떤 직장보다도 지연.학연.과거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그야말로 신사들이 어울려 일하는 직장이라는 전통을 이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헌재 신임장관은 첫 기자회견에 무려 1시간 이상을 할애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막힘없는 이론과 소신을 펼쳐 직원들은 물론 출입
기자들까지 긴장시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