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제언) 자기 분수에 맞는 소비문화를 .. 김연화

김연화

한단지보. 이 말은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한 젊은이가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처지를 한탄해 큰
나라인 조나라를 동경하였다고 한다.

어느날 그는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으로 갔다. 그 곳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니 무척 달랐다.

그 젊은이는 걷는 모양을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다 배우기도 전에, 자신의 옛날
걸음걸이마저 잊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걷는 법 배우기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 갔다.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우물안 개구리는 밖의 세상을 알 수 없다.

자기 것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없으면 스스로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면서 여느 해보다 출발하는 마음가짐
이 새로웠다.

국제화, 세계화속에서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혁명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사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은 그 동안의 우리 소비문화가
건전하게 성숙되어 왔는지 하는 점이다.

요즘 부유층의 씀씀이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된다.

IMF들어 대폭 줄었던 호화 사치품들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서민들은 감히 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고가의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백화점 매출규모의 태반을 차지한다.

이같은 사회현상은 갖지 못한 계층에게 상대적 빈곤감을 유발시킨다.

다른 사람의 소비생활과 비교한 가치기준을 갖고 행복.불행을 가름하는
어설픈 가치관이 생겨난다면 건전한 소비문화는 자리잡기 어렵다.

그동안 가족수대로 갖고 다니는 휴대폰, 다 먹지 않고 남겨서 버리게 되는
음식물쓰레기와 자가용 승용차가 골목길에 꽉 차 있는 현상, 별일 아닌데
꼭 승용차를 이용하려는 편의적 생활 고수, 세일기간이면 발 디딜틈없이
가득찬 백화점 매장의 소비자 등등, 우리 사회에 헛된 소비문화가 팽배해
있다.

선진국민이 되려면 먼저 자기의 소득이 어느 수준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내가 먹고, 사용하는 모든 소비행위는 결국 친환경적인 ECO SOCIETY를
조성하려고 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싹 틔우는데서 비롯된다.

이제는 비교 가치기준에 의해 무작정 몰아가는 소비문화를 지양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사회 조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앞서 말한 고사성어처럼 가치관 부재로 인해 남을 좇아 다니는 소비행태는
가정, 사회, 국가의 발전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의존적이 아닌 자립적인 소비자상을 확립, 좀 더 안정된 복지사회 조성에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이지만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1인당 GNP는 1만달러에도 못미친다.

우리 모든 국민의 새 밀레니엄을 맞는 자세는 자기 분수를 아는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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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