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5천개사' 돌파] IMF 일자리창출 '1등공신'..의미

"벤처기업 5천개 돌파"는 일단 벤처정책의 성공을 의미한다.

벤처 드라이브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급증하던 실업률을 끌어내리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또 우리 사회에 참다운 기업가정신을 꽂피우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이스라엘 등 세계각국이 일자리 마련을 위해
벤처러시를 이루고 있는 마당이라 세계경제흐름도 잘 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정책성공으로 우리 사회에 패러다임 시프트까지 이끌어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기업 위주, 정부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개인화.정보화된 창업기업 위주로
탈바꿈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누구라도 큰돈없이 창업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고 그런 꿈을 실현한
사람을 주변에서 보게 됐다.

이런 의미에서 벤처정책은 대중자본주의로 성큼 다가서는 시금석을 놓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벤처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민경제에서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98년 3.3%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의 GDP(국내총생산) 기여율이 지난해
4.8%로 껑충 뛴데 이어 올해는 생산총액이 약 20조원에 이르러 7.3%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를 만들어 GDP의 약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벤처기업이 5천개를 돌파하면서 벤처기업의 성격도 점차 소규모화되고 있다.

언론에 성공사례로 보도된 몇몇 인터넷벤처를 제외하면 지난해 하반기까지
벤처기업의 주종은 기존 중소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전환한 경우다.

그래서 자본금도 평균 6억6천만원으로 중견규모였다.

그러나 최근에 등록한 벤처기업은 자본금 약 1억~2억원 수준에 직원 10명
이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벤처기업의 소규모화는 지금같은 창업정신이 이루어진다면 벤처기업 창업이
지속되지만 분위기가 조금만 바뀌면 분위기가 급랭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벤처투자기법도 점차 세련되고 있다.

그동안 창투사들이 단기자금 회수에만 치중해 바로 장외시장에 올릴 수
있는 "익은 과일"만 따먹었다면 이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설익은
기업의 가치를 올려 이익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중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술력에 대해서는 다소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창업한 벤처기업인을 상대로 중기청이 실태조사한 결과 약 70%의
기업인이 자신의 기술로 시장에서 승부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상적 벤처기업으로 불리는 하이테크형벤처는 여전히 전체 벤처기업
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벤처시장의 전망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총선이후 과다하게 풀린 시중자금이 회수될 경우 벤처열풍이 지속될지
미지수다.

또 현재 대부분의 벤처들이 수익을 못내고 있어 무더기 도산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벤처는 온실에서 크고 있는 모종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