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현실성있는 금융지주사 제도를

이헌재 재경장관의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일련의 발언은 매우 혼란스러운
감을 갖게 한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지만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도 동일인 소유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런 느낌을 갖게한다. 금융지주회사의 동일인 소유한도를 10%정도 이내에서 설정한다면 현실적으로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재경장관의 구상은 금융지주회사가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조차 불분명한 일면이 없지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은행소유구조를 어떻게 개선해나가느냐는 문제에 대한 논쟁은 그동안 끝없이
계속돼온게 사실이다. 우리는 여러차례 은행도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바 있지만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돼서는 안된다"는 유형의 반대론도 결코 적지않은
것 또한 분명하다.

오리는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 은행지배
구조개선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은행주소유한도(4%)를 30%(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지분율 하단)이내까지 확대하는 대신 다른 지주회사와는 별도로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30~40%정도의 동일인지분상한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게하면 어느 정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가 은행에서도 나올 수
있는 반면 은행이 특정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논의돼온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우선 은행주소유상한을 어느
정도까지 완화해줄 것인지를 놓고 정부내에서 의견이 엇갈려 별 진전이 없는
형편인데, 금융지주회사 동일인 지분한도를 10%이내에서 규제하려는 듯한
이장관의 발언이 겹쳐 그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진 느낌이다.

IMF로 거의 모든 은행이 국유화된 오늘의 금융현실을 바로잡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시급한 과제다. 모든 은행을 외국인들에게 넘길 구상이 아니라면 유독 내국인만 4%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내국인도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등의 방법으로
은행지배주주가 될 수 있도록하는 것이 옳다.

이장관의 표현처럼 자생적인 "금융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기위해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은행주소유 상한을 10%정도로 올려주고
금융지주회사의 동일인지분을 또 10%정도로 규제한다면 과연 금융지주회사가
나올지 의문이다. 금융지주사가 나올 수 없도록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만들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