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바짝긴장..'나라종금 시장신뢰 실패 계기로 본 파장'

"시장의 신뢰가 금융회사의 명운을 가른다"

나라종합금융이 영업정지된후 몇몇 지방은행과 종합금융회사가 불안해 하는
고객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들 회사는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 나가는 "실제 상황" 때문이라기 보다는
금융시장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금융회사들의 타격이 특히
크다.

나라종금 파국도 실상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데 따른 것이다. 겉으론 대우계열 금융회사에 지원한 1조원 규모의 콜자금이 문제였지만
돈을 맡긴 금융회사 등 기관예금자들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한게 보다 근원적
인 이유다.

이처럼 시장의 신뢰가 곧 금융회사의 사활을 좌우하는 새로운 흐름이 금융계
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1인당 2천만원으로 줄어들 예정이어서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게 분명하다. 지난 25일 일어난 광주은행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는 시장신뢰의 중요성
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은행은 이날 "지방 K은행이 나라종금 영업정지 때문에 피해가 예상된다"
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에게 1백2억원의 예금을 내줘야 했다.

은행측이 나라종금과 아무런 거래가 없다고 누차 밝혔지만 고객들은 믿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98년 한남투신이 문을 닫을 때 피해를 봤던 지역
고객들이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은행도 나라종금 영업정지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라종금에 4천억원 넘는 돈을 예금한 이 은행은 고객 이탈이 별로 없지만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파장이 지방은행의 좋지 않은 경영실적과 시장신뢰도
문제가 겹쳐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터넷사용이 급증하고 실시간 뉴스생중계 방송이 늘면서 정보의
전달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시장정보나 소문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그만큼 민감해졌다.

영남종합금융와 아세아종합금융도 하루빨리 금융시장이 조용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 회사는 특별한 예금자 동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시장에서 정체
모를 "금융회사 부도설"이 나돌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다른 종금사보다 먼저 한빛은행(영남종금) 국민은행(아세아종금)과
크레딧라인(신용한도)을 설정한 것이 마치 자금부족 때문인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크레딧라인을 만든 것은 새로운 안전판을 마련한 것일 뿐"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후 신뢰를 잃은 종금사
의 말을 고객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은 "특정금융회사 부도설"과 같은 악성 소문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26일 발표했다.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음해성 소문을 퍼뜨리다 적발되면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조왕하 동양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동양종합금융 부회장)은 "나라종금 사태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기준치를 넘어서도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로서는 앞으로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얻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금융당국도 지금처럼 무분별한 소문 때문에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