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연두교서'] 128차례 박수받아 .. '스케치'

.클린턴 대통령은 27일 밤 9시15분(한국시간 28일 오전 11시15분) 짙은
감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만면에 웃음을 띤 모습으로 의사당에 입장,
상.하 양원의원들과 미리 입장해 갤러리석에 있던 부인 힐러리 여사와 딸
첼시 등의 박수를 받았다.

클린턴은 이어 단상의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과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9시20분부터 국정연설을 시작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89분을 할애, 전 백악관 직원 모니카 르윈스키
와의 성추문으로 의회의 탄핵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77분)보다는 12분이나
길게 했고 내용도 작년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화려했다는 평을 받았다.

클린턴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지금 역사의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말로 환호를 이끌어낸 뒤 연설을 끝낼 때까지 무려 1백28회의
박수를 받아 평균 1분에 1.4회 꼴의 박수를 유도했다.

특히 고어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박수를 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호를 터뜨렸고 해스터트 의장 등 공화당 쪽도
간간이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스캔들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한 입장에서 국정연설을
한 것은 몇 년만에 처음으로 특히 성추문의 먹구름이 미국 정계를 온통
뒤덮던 지난 2년간의 국정연설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당시 자신을 탄핵이라는 파국으로 몰고 가려던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한 듯, "의회가 선거자금개혁법과 같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고 이에 대해 민주당
쪽은 환호를 터뜨렸으나 공화당 쪽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나 연설을 끝내면서 해스터트 하원 의장에게 빈곤
지역 지원에 동참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악수를 청하는 제스처로 양당
모두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이끌어내는 등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발휘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