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뉴스메이커)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

교수출신인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이 "조용한 혁명"을 주창하고 나섰다.

구호성 정책을 내세우지 않되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그 첫 작업은 실물 경제부처들간에 장벽 허물기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과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의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 협조를 당부했다.

산자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요청했다. 장관이 취임인사차 다른 부처 장관집무실을 방문하는 것은 관료사회에선
전례없는 일이다.

해당 부처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난 27일 산자부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서정욱 과기부 장관은
"산자부에서 불러주기를 애타게 기다렸다"는 말로 김 장관의 협조요청에
화답했다. 기술경제학 권위자인 김 장관은 95년부터 산자부 산하의 산업기술발전심의
위원회 위원장을, 97년부터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아 일해왔다.

산업관련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중복사업의 폐해를 많이 보아왔던
그였다.

그래서 이같은 사업들에 대해 관련부처간 협의체나 팀을 만들어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부처 장관들도 모두 비관료출신이어서 관가에서는 이들의 공조에
주목하고 있다.

김 장관은 공무원 조직문화도 "조용한 혁명"의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그는 공무원들이 "즐겁게"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 신이 나서 일해야만 성과가 오른다는 것.

불필요하게 남아서 야근하는 관행부터 없애라고 지시했다.

TV를 보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아이디어를 얻을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산자부의 국이나 실이 개선해야 할 일, 바꿔야 할 일에 대한 리포트를
각자 만들어 제출하도록 했다.

그는 "나를 따르라(follow me)"고 하는 리더가 되지 않겠다며 "함께 하자
(let''s go)"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대외활동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 장관은 "도덕성이 의심받으면 아무 일도 할수 없다"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호텔식사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철저한 명령식 업무처리와 심야회의 소집 등에 익숙해졌던 직원들은
대환영이다.

밤 늦게 남아있는 직원이 줄었고 회의분위기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일부 직원은 "너무 갑자기 변해서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벤처 붐과 인터넷 혁명이 요란한 가운데 제조업을 경제의 중추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조용한 혁명의 대상이다.

제조업체가 정보통신 혁명의 성과를 수용해 제조업 르네상스(부흥기)를
이뤄야 한다는게 김 장관의 지론이다.

김 장관의 "조용한 혁명"이 어떻게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