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마당] (중기 이야기) '한우물'의 힘

아름다운 자연과 천혜의 자원을 듬뿍 갖고 있는 나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 파르만가에 마타하리 백화점이 우뚝 서 있다.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이 백화점은 자카르타에만 15개, 전국엔 70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다.

백화점의 가전제품 코너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중 하나가 "남양 킹
(NAMYANG KING)" 밥솥이다.

값이 한화로 3만5천원에서 4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근로자의 한달 봉급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부들은 이 제품을 사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지난해 70만개나 팔렸다.

인도네시아 수입 전기밥솥의 30%나 차지하는 것이다.

이 제품은 한국의 남양키친플라워에서 만든다. 이 회사 그릇과 주전자는 미국에서도 인기다.

시어즈백화점이나 월마트에서 날개돋힌듯 팔려나간다.

그릇 수도꼭지 와이셔츠 텐트.

이런 재래산업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국내에 이런 산업이 아직도 남아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
마저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해외시장을 석권하며 꽃을 피우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남양키친플라워도 그중 하나.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양은그릇을 땜질하고 세수대야를 만들던 서달용
사장은 이제 연간 1천7백만달러의 그릇과 밥솥을 수출하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35년동안 이룬 것이 고작 그것이냐고 꼬집으면 할 말 없지만.

수도꼭지 타일 등을 만드는 대림통상.

아메리칸스탠다드 토토 등 세계 굴지의 업체와 경쟁하면서도 싱가포르 시장
의 75%, 말레이시아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7천만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 역시 30년동안 우직하게 걸어왔다.

와이셔츠업체인 보우텍스와 텐트업체인 반포산업도 비슷하다.

몇해전 과테말라에서 5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중에 과테말라에서 인근 국가원수들과
회담을 한 것이다.

이들중 3명이 보우텍스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회사는 과테말라에 공장을 세워 미국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미국시장 점유율은 2위.

지난해 수출액은 4천1백70만달러에 달했다.

반포산업은 고급텐트 수출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등산가들이 애용하는 노스페이스 제품을 생산한다.

에베레스트나 극지탐험을 하는 사람들은 가볍고 보온이 잘 되는 텐트를
찾게 마련.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업체가 노스페이스다.

텐트의 소비자가격은 6백~7백달러.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판다.

주문이 몰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반포산업은 노스페이스를 포함해 연간 3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하며 세계 고급
텐트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우주를 여행하고 광속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인터넷시대다.

이런 때에 느릿느릿 소처럼 걷는 기업들이 있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날렵한 모습도 없지만 말없이 달러를 벌어
들이고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업체들이다.

사람이 사는 한 의식주 관련산업은 영원하다는 믿음에서 오늘도 보일러의
불을 지핀다.

춘원이 우덕송을 지어 소를 찬양한 것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