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벤처] 경영교실 : (KEMBA 21세기 경영학) 스피드 경영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금과 같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속도가 화두가
된적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정보전파속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단연 인쇄술의
발명이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속도에 대한 집착은 더욱 결실을 보게 된다.

자동차 발명으로 혁신적인 운송수단을 발명하더니 비행기의 발명으로
지구는 말 그대로 이웃동네와 같이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다.

운송수단에서의 이러한 속도의 발전은 통신수단에서도 두드러졌다. 전화의 발명으로 통신상 거리감이 극복되더니 텔레비전 및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전세계는 더 이상 정보전파속도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맞게 됐다.

정보전파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회의 변혁은 더욱 빨라진다.

중세사회가 무너지고 근대사회가 이룩된 배경에는 인쇄술의 발명이 있었고
근대사회에서 현대사회로의 변천에는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통신수단의
발달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말하자면 과거의 더딘 속도감으로는 미래지향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보전파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사회 및 경영혁신은
더욱 크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원심력의 법칙을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원심력이란 회전속도가 클수록 더 크게 마련이다.

여기서 회전 속도란 정보전파속도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한 사회 또는 기업의 정보전파속도가 빠르면 그 만큼 그 사회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소위 변혁의 원심력은 커지게 마련이다.

변혁의 원심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질서나 아이디어로부터 튀어
나오려고 하는 새로운 스핀오프(Spin-Off)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변혁에 가속도가 붙어서 새로운 사회체제 또는 기술 및 경영혁신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열풍과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면
정보전파속도가 기존 상거래 질서는 물론이고 우리 삶의 양식까지도 바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내 정보전파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
기업이라면 그만큼 속도경영에서 앞서 갈 수 있다.

새로운 경영혁신과 고객만족을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디즈니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오락기업이다.

라이온 킹, 백설공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은 물론
ABC사 등과 같은 정규방송사를 거느리고 있는 매스미디어 기업이다.

그러나 디즈니사가 봉착한 가장 커다란 문제점중의 하나는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디즈니사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많은 인기 매스미디어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디지털화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디즈니사가 인터넷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디즈니사는 고객의 시간을 이용,돈을 버는 기업이다.

디즈니사는 지난해 7월 인터넷 검색엔진인 인포시크(infoseek)의 주식 58%
를 추가로 인수해 인포시크의 주식전량을 확보했으며 GO.com이라는 인터넷
오락전문 사이트를 개설, 기존에 디즈니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방송 스포츠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해 이 사이트에 통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예 인터넷 관련 전문사업부인 부에나 비스타 인터넷
그룹(BuenaVista Internet Group)을 설립해 디즈니의 모든 인터넷사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른바 디즈니식의 스핀오프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스핀오프가 발생하려면 정보전파속도가 기업내에 존재해야 한다.

정보전파의 속도가 경영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생생한 사례가
벤처기업의 성공이다.

근무인원수도 적고 연륜도 짧지만 경영의 효율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특징
지어지는 벤처기업의 경우 역시 기업내의 정보전파속도가 경영효율을 좌우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1세기는 더 이상 막연한 고객만족이나 경쟁우위를 외치는 공허한 경영철학
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21세기는 정보전파속도로 경영의 성과가 좌우되는 시대다. 이건창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