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지주회사 장점 살릴 수 있어야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다.

관련법 제.개정을 검토중인 재정경제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제기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정밀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설립을 허용한다는 정부방침은 분명한 것같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금융회사 대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우리 금융기관들도 대형화
다각화가 필요하고 이를 추진하는 수단으로 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은행을 비롯한 증권 보험 투신 등 여러개의 동일계열 금융회사
들이 하나의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통합되면 대형화 효과를 거둘수 있고,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열회사간 출자관계를 청산하고, 대신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소유지배 관계로 단순화시키면 지배구조도 지금보다 훨씬 명료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경영및 재무전략을 지주회사가 결정하게 되면 의사결정이 빨라
지고 자회사의 유사 중복기능이 줄어 인력절감효과도 거둘수 있다.

물론 경제력집중의 가능성 등 단점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현실에서
지주회사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게 우리의 판단
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과연 그같은 장점을 살릴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안된다는 편향된 논리에 얽매여 은행을 자회사
로 거느리는 지주회사의 1인소유한도를 현행 은행지분제한과 같은 4%로 한정
한다는 것은 좀더 신중히 따져볼 문제다.

물론 이 경우 은행지분제한은 철폐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경영조직체계의
옥상옥을 만들어 오히려 비능률을 초래할 우려가 없지않다. 또 현재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을 포함한 지주회사를 만든다면 그 지주회사
역시 정부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은행출자지분
처분도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이치다.

따라서 우리는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도 대주주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은행민영화를 추진해야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주회사의 소유지분제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만 금융지주회사의 설립 운영을 일반제조업체의 지주회사와 동일한 기준
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않다고 본다.

예컨대 정부가 검토중인 자회사간 대출이나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의 허용여부는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지주회사 허용의 장점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