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본의 한국인식 변화 ..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

김동기


필자는 최근 일본의 오까야마 상과대학과 쥬오대학의 초청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오까야마 상과대학에서는 상학부 2.3학년 남녀학생 1백20여명에게 마케팅
과목을 집중 강의했다.

쥬오대학에서는 이틀에 걸쳐 동대학 부설 기업경영연구소 소속 연구원 및
교수들에게 그리고 다음날엔 3백여명의 상학부 남녀학생들을 대상으로 "IMF
관리체제하의 한국경제와 한국재벌의 구조조정 방향"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
을 했었다.

양 대학에서 남녀학생들은 물론 전임교수들과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필자는 솔직한 의견 교환과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올바른 이해나 인식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몹시 안타까웠다.

과거 필자가 접촉했던 많은 일본의 학생.교수들은 한국의 어두운 면을
단편적으로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난폭한 운전매너, 도로 한복판에 사고를 낸 자동차 운전자들이 큰 소리로
싸움을 하는 행동, 불결한 공중화장실, 예의바르지 못한 언행, 타인에 대한
배려부족과 자기본위적인 언동 등이다. 반면 한국인의 장점은 잘 모르는 일본인들이 아직도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총론적인 한국인식은 개선되고 있으나 각론적인 한국인식은 아직도
완전하게 개선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한.일 관계는 최근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일본 총리실이 작년 10월 20세 이상의 일본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장 가보고 싶은 외국은 어느 나라인가"하는 설문에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제1위를 차지하였는가 하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일본인
은 전체 응답자의 48%에 달해 88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었다.

또 "양국관계가 아주 좋다"고 응답한 일본인은 52.1%에 달했고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수는 2백18만4천1백21명으로 98년 대비 11.8%나
증가하였다.

전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비중이 무려 46.9%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한국이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진 것은 일본의 국내
불경기로 해외여행은 "안(싸고), 근(가깝고), 단(비행시간.여행기간이 짧은)
의 나라"선호로 돌아섰는데 한국은 이 세 가지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엔고로 인한 토산품.세계유명 브랜드 상품의 염가 쇼핑, 진흙팩,
때밀이, 마사지, 식도락, 안전한 밤거리 치안 등이 한국이 제공하는 관광객
유치 요인들이다.

필자는 양 대학의 교수 학생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일본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갖는 나라인가"를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교수들이 많았다.

첫째, 일본은 99년(1월~11월) 2백14억달러 상당의 일본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고 7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한국은 아시아 제1의 일본제품 수입국인데 이런 나라를 일본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둘째, 한국은 일본인이 가장 많이 찾는 제1위의 관광목적지로서 99년
일본인이 2백18만명이나 한국을 다녀갔다.

셋째, 지난 1년간 한국인 1백5만명이 일본을 방문하여 1인당 평균 1천달러
(일본돈 약 12만엔)를 일본에서 소비하여 약 10억달러를 일본의 관광수입에
기여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관광객 중 한국인이 1위를 차지할 만큼 한국은 일본에 대해
많은 관광객을 보내고 있다.

넷째, 한국 제품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상품이 4가지(조선
반도체 휴대폰 초박막액정표시장치)가 있다.

조선으로 한국은 99년에 1천2백72만톤의 수주로 9백70만톤을 수주한 일본을
약 3백만톤이나 앞질렀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의 휴대폰 수출이 전체 CDMA 세계시장의 67.5%를
차지하여 세계 1위가 되었다.

반도체중 메모리칩(주로 64메가D램) 세계 시장의 43%를 차지하여 세계 1위가
됐다.

평면TV 노트북 PC에 들어가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의 세계 시장에
서 34%의 점유율로 세계 1위가 됐다.

물론 이상 4가지 제품중의 일부 부품은 일본제로 일본도 함께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이 되고 있다.

다섯째, 한국은 옛날에는 한자 불교 도자기 제조술 등을 일본에 전수한
나라로서 아시아에서 일본과 호흡이 통할 수 있는 유일한 한자.유교 문화국
이다.

어찌 이런 한국을 일본이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일본인 교수는 한국이 앞으론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외교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주권 국가의 체통과 자존심을 살리는 "작은 거인 (little giant) "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인과 한국정부는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따질 것은 따지면서
일본과 중국을 상대해 나가야 할 말을 할 줄 아는 "주체성과 품위가 있는
국가"로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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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고려대 상대
미국 뉴욕대 경영학석사
고려대 경제학박사
저서:현대마케팅 원론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