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코리아 2000] 제2부 : (6) (인터뷰) 김한중 <원장>

"산.학.연 협력의 본질은 목적 지향적인 연구개발에 있다. 따라서 기술의
수요자인 기업이 산.학.연 공동체의 중심에 서야 한다. 협력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공동의식을 심어주고 효율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기업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은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연구 인프라의 하나로 효율적인
산.학.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서 기업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 전력연구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중 원장으로부터 산.학.연 협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미국 리하이대 금속재료공학 박사로 미국의 GTE 중앙연구소에서 27년간
근무하다가 지난 90년대초 한국에 돌아왔다. -현재 한국의 산.학.연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에서 산.학.연 협동연구는 정부로부터 상당한 예산지원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의문이다. 특히 기술의 실용화라는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산.학.연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 공동 목표는 한국의 낙후된 원천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 다음 정책적 지원을 통해 협력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방향을 민간기업의 수요에 집중
시켰다.

이는 일본의 미국 시장공략에 대한 대응이었다.

결국 정부의 그같은 방침은 산.학.연 협력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관리체제가 통일됐고 민간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이 강화됐다.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산.학.연 각자의 역할은 달라야 하지 않는가.

"물론이다.

기업은 바로 산업화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학은 기초연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출연연구소는 국가전략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과 대학의 중간 단계역할을
맡는게 바람직하다.

이런 세 주체의 특수성과 목적을 상호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풍토 없이는 산.학.연 협력이 성공하기 힘들다.

산.학.연이 동등한 위상을 유지하고 존중하며 윈-윈(win-win) 전략을 추구
하는 것이 성공의 선결조건이다"

-산.학.연 공동연구의 관리체제는 어떤게 바람직한가.

"책임의 범위와 관리의 투명성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수치화된 평가도 필수적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산.학.연 사이의 인력교류에 대한 견해는.

"협력체의 원활한 운영과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기업과 학.연간 인력교류가
제도화돼야 한다.

정부 과제의 경우 연구수행의 방법으로 인력파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선진국에선 대학교수들이 안식년을 기업중앙연구소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젊은 교수를 선발해 정부와 기업의 공동 지원으로 기업연구의 경험을 제공
하는 제도도 미국에선 이미 10여년째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공동 연구의 주관기관에 재량권을 얼마나 주느냐도 논란거리인데.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선 주관기관에 주도권을 줘야 한다.

또 주관기관으로 하여금 위탁연구기관의 선정과 평가를 책임지도록 하는게
좋다.

그게 선진국의 관행이다.

주관기관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2년이상 단위로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

주관기관을 평가할 땐 민간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그에 앞서 주관기관을 선정할땐 연구과제의 성격에 따라 산.학.연 모두에
기회를 줘야 한다"

-산.학.연 공동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나.

"과제 특성에 따라 평가방식도 달리 해야 한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국산화하는 과제의 경우 성공확률이 높고 긴급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후 관리와 평가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반면 기초연구나 핵심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관리와 평가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술들은 성공여부를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