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공기업 해외매각 논란..재경부 "전면 재검토 필요"

공기업 민영화를 둘러싸고 난기류가 일고 있다.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달러가 풍부해지면서 재정경제부 일각에서 "공기업
지분 해외매각 재검토"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들과 민간전문가들은 "민영화 궤도수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8일 "공기업 주식을 주식예탁증서(DR) 등의 방식으로
해외에 내다팔 경우 상황에 따라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며 민영화
계획을 일부 수정할 뜻을 내비쳤다.

예산처는 이에 대해 "공기업 민영화 계획은 재경부 소관이 아니고 민영화
추진위원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증시 등 시장상황에 따라 세부 일정을
기술적으로 미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영화 기본스케줄은 차질없이
밀고 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제정책을 종합조정하는 재경부와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현 정부 개혁
프로그램을 완결해야 한다는 예산처간의 시각차이가 경제상황이 개선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갈수록 더 세질 조짐이고 "국부 해외
유출"이란 일부 비판적인 국민정서까지 가세하면서 민영화작업이 난기류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경부는 외환수급 상황에 비춰 공기업 주식의 해외매각 시기와 물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기업 주식을 한꺼번에 해외에 매각할 경우 달러 과다
유입으로 환율하락과 경상수지 악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예산처는 "민영화의 목표는 달러조달이 아니라 공기업의 경영효율화에
있다"며 "공기업의 일정지분을 DR나 전략적 제휴등을 통해 해외업체에 넘기는
것은 필수적인 처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연초 공공부문의 구체적인 개혁작업을 반기별로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민영화 궤도수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
했다. 학계의 전문가들은 "민영화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상실될 경우 공공부문
개혁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정권이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투명한 민영화 원칙과 일정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