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소곡'

어느 달밤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네 홀로 샘에 나와 물을 길을 때
그 속에 빠져 출렁대며 따라가다가
시집의 서러움 풀어내는 사설 한 가닥
귀동냥으로 흘려 듣다가
마침내 청천의 한 오리 바람처럼 홀홀이 날아
미친 불길의 가장자리쯤
너를 다시 만난다 한들
만난다 한들.

유자효(1947~) 시집 "떠남" 에서-----------------------------------------------------------------------

"떠남"이라는 연작시의 한 편이다.

내용을 평범하게 풀어보면 "내가 지금 너를 떠나더라도 네가 시집가 물을
길러 나왔을 때 나는 나비가 되어 네 물동이에 빠져 출렁대며 따라가서는
네가 시집살이의 서러움 한 가닥 사설로 풀어낼 때 비록 죽어서라도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가 된다. 결국 이 시에서 "떠남"은 역설로서, 떠날 수 없는 사랑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