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코리아 2000] 제2부 : (9) '테크노경영 시대를 열자'

지난해말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 관련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서울의 S대학은 신청 학생수가 2명에 그치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 출연연구소와 제휴까지 맺고 기술경영 과정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던 계획이 처음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기술경영 야간대학원을 운영중인 J대학은 지난해 신입 학생이 한명도
없었으며 또다른 S대학은 명목상의 기술경영 코스가 있을 뿐이다.

기술경영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다.

기술경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기업및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는데도 기술을
경영판단의 중심에 두는 기술경영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실제 정식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두고 경영하는 업체는 현대자동차
LG정보통신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첨단기술 분야를 다루지 않는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의 초점을 금융 회계
마케팅 등에 맞추고 있는게 현실이다.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당장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원장은 "국내에서는 기술자와 일반 경영자를
구분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이제 기술은 더이상 기술자만의 몫이
아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올바른 경영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 마인드가 변해야 =기술 경영의 활성화를 위해 먼저 기업 내부
구성원들이 테크노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기술에 대한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그래야만 "기술중심의 경영을 전사적으로 펼칠 수 있다"(대전산업대 최종인
교수)는 얘기다.

현재 테크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 등에서 대기업의 경우
엔지니어 출신들이 상당수 핵심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이충구 사장, LG정보통신의 최용일 전무,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 최근 LG전자 미국법인으로 발령난 백우현 사장 등이 대표적인 기술
경영인이다.

그러나 첨단기술(하이테크) 업체들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기술
경영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정보통신 분야의 일부 첨단기술업체 정도가 기술
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을 정도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을 생각하다 보니 금융이나 회계중심의 경영을 고집
하고 있다"(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김영배 교수)는 것이다.

기술 경영인을 키워야 =국내에서 기술 경영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기업조차도 엔지니어나 기술연구원에게 금융 마케팅
등의 기존 경영기법을 가르치고 비기술 직원들에게 기술관리기법을 체계적
으로 교육하는 곳은 거의 없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3~4일의 간단한 기술교육을 하고 일부 엔지니어를
위한 사내기술대학원을 운영하는게(LG정보통신) 그나마 앞서 나가는 기업의
경우다.

따라서 중간 간부이상이 되면 연구원, 일반직원 가리지 않고 직급에 맞는
경영및 기술관리 교육을 실시, 전문 기술경영인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모든 대기업들은 기술진에게도 과장급 이상만 되면 기술관리
마케팅 리더십 등 경영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김한중 원장은 설명했다.

공학박사인 미국 GE의 잭웰치 회장은 이같은 경영훈련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영인으로 성장하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기술을 우선시하는 정책 =국가 산업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자원부.

국내 분야별 산업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25명 국장급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모두 외국에서 파견 근무중이다.

이같은 양상은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기술 중심의 정부 정책이 처음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기술 관료(테크노크라트)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안목을 갖고 제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은 손가락
으로 꼽을 정도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공동연구사업인 "게놈 프로젝트"는 기술 마인드가
배제된 국가 정책결정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95년 인간유전자를 해석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생명공학
연구소 중심으로 연구단을 구성, 어렵사리 정부예산을 배정받았으나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사업참여가 무산됐다.

게놈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차치하더라도 게놈 연구 자체를 이해하는 정치인
이 거의 없었다는게 당시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결국 오는 3월이면 1차 연구결과에 따라 암 혈우병 치매 등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 예정이나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같은 이유로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정계에 진출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원은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